26일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닌 북한 군용 무인기(無人機·드론) 5대를 우리 군이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안티 드론’ 기술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전투기·군용 헬기 20여대가 투입돼 20㎜ 기관포를 100여발을 쏟아부었는데도 잡지 못한 드론은 과연 어떻게 제압이 가능할까.

미 해군 3함대 소속 LHD-2 에식스(USS Essex)함에 탑재 MH-60 '시 호크'의 무인기 격추 훈련 영상. /유용원TV

최근 대만군이 자국 인근 영해를 침범한 중국군 소속 드론을 격추한 소식이 국내외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제압 수단은 ‘총격’이었다. 짐짓 당연해 보이는 이 요격 과정이 주목받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지난 8월 대만군 초소 위에 중국 드론이 나타났을 때 병사들이 보여준 행태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에 뜬 드론을 향해 ‘돌’을 던져 쫓으려고 했었다.

기술적으로는 ‘돌 던지기’나 ‘총격’ 모두 ‘하드 킬(hard kill)’로 분류될 수 있다. 드론 기체를 물리적으로 파괴해 제압하는 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쉽게 말해 드론을 부수는 것이다. 하드 킬 방식에는 기관포, 자폭 드론, 레이저 등이 주로 이용된다. 유튜브에 공개된 미 해군의 드론 격추 훈련 영상이 한 예시가 될 수 있다. 헬기에 총열 길이를 줄인 M2 브라우닝 중기관총을 싣고 드론을 향해 분당 수십발의 총격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흔들리는 기체 안에서 반동이 심한 기관총으로 움직이는 드론을 겨누는 상황이라 명중률은 다소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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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드 킬 방식으로 드론을 격추시키면 잔해가 떨어지면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군 당국은 “일부 무인기는 아파트 지역을 저공 비행해 사격을 할 경우 민가 피해가 우려돼 격추를 못 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드론을 잡기 위해 쏜 탄이나 탄피, 기체 추락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이다. 탐지한 드론을 무력화하고 포획하는 기술이다. 방해 전파나 고출력 레이저를 쏴서 드론이 조종자가 보내는 신호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받지 못하게 교란하는 재밍(jamming)이 대표적이다. 드론을 제어하는 고유 주파수를 탐지하고 이를 탈취해서 강제로 착륙시키는 스푸핑(spoofing)도 여기에 포함된다.

프랑스 공군이 정체불명의 드론을 포획하기 위해 독수리를 훈련시키는 모습. 독수리가 드론을 발견하고 날아가(왼쪽) 드론의 몸통 부분을 발톱으로 거머쥔 후(가운데) 주인에게 가지고 간다(오른쪽).

2019년 프랑스 공군은 새로운 방식의 소프트킬 훈련을 실시했다. 드론 제압 작전에 ‘검독수리’ 4마리를 동원했다. 독수리들이 공중에서 드론을 발견하고 낚아채 안전한 곳으로 가져오면 고기를 주면서 이것을 드론의 일부로 여기게끔 훈련시킨 것이다. 드론 관련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네덜란드 경찰도 드론 포획을 위한 독수리 훈련법을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드론 격추에 ‘끈끈이’를 동원하는 방식도 연구했다. 각종 첨단기술을 발굴하는 미 국방부 산하 DARPA(고등연구계획국)는 작년 이동부대 방호사업의 일환으로 신개념 드론 요격체계 테스트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요격기에서 발사된 분홍색 끈적이는 액체로 표적 드론의 로터를 정지해 추락시키는 것이다.

‘그물’도 드론 잡기에 동원된다. 영국 기업 오픈웍스가 선보인 ‘스카이월(SkyWall)’은 그물이 들어 있는 포탄을 발사해 드론을 포획한다. 포탄에서 분리된 그물이 펼쳐지면서 드론을 감싸고 낙하산을 이용해 천천히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드론에서 그물을 쏴 상대 드론을 ‘공대공(空對空)’으로 포획하는 ‘드론 캐처(Drone Catcher)’도 네덜란드 IT 기업이 개발한 소프트킬 방법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