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만 19~34세 대한민국 청년 가운데 결혼 의향이 있는 이들은 10명 중 7명, 출산 의향은 그보다 낮은 10명 중 6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남녀가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출산 의향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 현재 위기 수준인 저출산 현상(2021년도 합계 출산율 0.78명)이 앞으로도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년들은 그러면서도 미래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회·경제적 요소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꼽았다.

국무조정실은 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청년 삶 실태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지난해 7~8월 전국의 만 19~34세 남녀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주거, 취업·노동, 미래 설계 등 8개 부문 200여 개 문항에 대한 방문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에 따른 최초의 정부 공식 ‘청년 통계’라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2년마다 정기 조사를 실시해 청년의 삶을 들여다보고 정책 개발·개선에 참고한다는 계획이다.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미혼 청년에게 향후 결혼 계획을 물으니 남성의 79.8%, 여성의 69.7%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녀 출산 의향(기혼자의 추가 출산 포함)이 있다는 답변은 남성(70.5%)과 여성(55.3%) 모두 낮았고, 남녀 간 격차도 15%포인트나 됐다. 청년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불평등, 기후변화, 기술·산업구조 변화보다 미래 한국에 더 큰 영향을 줄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출산·비혼의 원인을 가늠해볼 수 있었는데 본인의 소득 계층이 ‘중간 이하’라는 응답이 83%인 반면, 상층 또는 중상층으로 인식한 청년들은 12.2%에 그쳤다. 또 청년의 절반 이상인 57.5%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이른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70% 가까이가 “독립 계획이 없다”고 했는데, 56.6%가 ‘경제적 여건(생활비 절약)’ 때문이라고 했다.

결혼·출산 의향에 더해 독립 의지까지 낮은 건 그만큼 일자리, 소득 상황이 불안하다는 뜻이다. 청년 취업자 비율은 67.4%, 임금(세전)은 월 252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평균 근속 기간은 31.6개월로 3년이 되지 않았고, 1년 미만 근속 비율은 32.7%였다. 3명 중 1명이 최근 1년 동안 ‘번아웃(소진)’ 현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로 진로 불안(37.6%), 업무 과중(21.1%), 일에 대한 회의감(14.0%), 일과 삶의 불균형(12.4%) 등을 꼽았다. 청년 1인 가구는 월평균 생활비가 161만원이고 지출 항목은 식료품비(48만원), 주거비(22만원), 연금·보험료(13만원), 교통비(12만원) 순이었다. 평균 자산은 금융 1415만원, 주식 259만원, 부동산 등 760만원, 가상 자산 25만원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현재의 삶에 대한 점수(10점 만점)를 매겨 보니 6.7점으로 국민 전체 삶의 만족도(5.9점)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흡연율은 20.1%고 음주 빈도는 월 2~4회(34.2%)가 가장 많았는데 청년의 54.5%가 스스로가 ‘건강하다’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71.1%가 “매일 외출한다”고 답했지만, 스스로를 ‘은둔형 청년’으로 분류한 청년도 2.4%나 됐다. 은둔 이유로는 취업(35%)과 대인관계(10%)의 어려움을 꼽았다. 또 청년의 약 5% 정도가 각성제·신경안정제 등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이를 오·남용한 경우도 12.1%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