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갑제닷컴 사무실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이인규 변호사가 출간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회고록이 놓여 있다. /뉴시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65) 당시 대검 중수부장(현 변호사)이 회고록에서 일부 뇌물 혐의는 다툼이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노무현 재단이 첫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노무현 재단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검사의 2차 가해 공작을 중단하라”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유가족은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회고록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노무현 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가,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서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은, 고인과 유족을 다시 욕보이려는 ‘2차 가해’ 행위일 수밖에 없다”며 “이인규씨의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공소시효 만료 시점에 맞추어, 무죄추정 원칙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짓밟고, 미완 상태에서 중단한 수사라는 사실을 무시한 채,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검증된 사실인 양 공표하는 것은 당시 수사 책임자로서의 공적 책임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까지 저버린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며 “특히 수사기록은 검찰이 관련자들을 밀실에서 조사한 조서일 뿐이다. 공개된 법정에서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을 통해 진실성이 검증된 문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노무현 재단은 “물적 증거들도 적법절차를 준수해 수집했는지 여부를 살펴보지 않아서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수사기록의 일부를 꺼내어 고인과 유가족을 모욕하는 것은 또 한 번의 정치공작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했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2006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시가 2억550만원에 해당하는 피아제 시계 2개 세트를 받은 것, 2007년 아들 노건호씨의 미국 주택 구입 자금 명목으로 140만 달러를 받은 것 등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 인정에) 다툼이 없다”고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피아제 시계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처(妻)가 밖에 내다버렸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2008년 박 전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은 데 대해서도 “뇌물로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노무현 재단은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받았다는 시계는 박연차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그 친척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의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며 “박연차 전 회장에게 14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권양숙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빌린 것이 사실이다. 이 역시 노무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다”라고 했다.

노무현 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퇴임 후를 걱정해 특수활동비를 모아놓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상문 비서관의 구속과 관련해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입니다.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입니다’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위 사실들을 재임 중에 전혀 몰랐으며 일체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이인규씨의 다른 주장들은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한다. 정치수사의 가해자인 전직 검사 이인규씨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