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류 유통사범 29명을 구속 기소한 수원지검 관계자들이 압수물을 펼쳐보이고 있다. /뉴시스

어린 학생을 상대로 한 ‘대치동 마약음료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집요한 ‘마약 수사 방해’ 역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작년 4월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에도, 민주당이 유독 ‘검찰의 마약 사건 직접 수사’에 대해선 더욱 날선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검찰의 마약 수사권, 文 정부 출범후 지속 약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 힘 빼기’에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마약 수사 역량도 지속적으로 약화했다.

2018년 검찰 조직을 줄이면서 마약 담당 부서가 통폐합됐다.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대검 강력부에서 마약수사 부서를 없앴다. 2020년 추미애 장관은 대검 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흡수시켰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부터는 검찰은 마약 밀수, 그 중에서도 500만 원 이상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그해부터, 대검찰청 마약범죄 모니터링 시스템도 예산이 끊기면서 가동을 멈췄다.

대신 경찰의 마약 사건 수사 기능은 강화했다. 기존 경찰의 마약 사건 수사는 경찰청 수사국 형사과 내에서도 ‘마약조직범죄계’의 몫으로 계장급(경정)이 지휘했다. 이를 2020년 바꿔, ‘마약조직범죄과’로 승격시키고, 총경급인 과장에게 지휘를 맡겼다.

경찰 내 마약 전담 수사 인력도 219명(2017년)에서 345명(2021년)으로 늘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2월 29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결과는 어땠을까.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된 마약량을 역산해보니, 인구 1000명당 하루 필로폰 사용량이 작년 18mg에서 올해 23mg으로 늘었다.

2017년 1만4123명 수준이던 마약 사범 수는 지난해 1만8395명으로 증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압수된 마약류는 154.6kg에서 1295.7kg으로 8배가 됐다. 드러나지 않은 마약 유통이 대폭 늘어났다는 의미다.

그 늘어난 상당수가 10∼20대의 마약 거래였다. 같은 기간 19세 이하 마약 사범 수는 4배 이상(119명→481명) 늘었고 20대는 3배 가까이(2112명→5804명) 증가했다.

작년 4월, 민주당은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마약 수사권을 박탈했다.

같은해 9월 한동훈 법무부가 마약 사건 등을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민주당은 가만있지 않았다.

면담하는 한동훈 장관. /뉴시스

법무부가 금년도 예산 계획에 ‘마약 수사 예산 43억원’을 포함했다. 작년 9월 이 계획안을 받아든 민주당은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형사부 등 수사 지원’과 ‘마약 수사’ 사업은 (예산) 전액 감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의 우리 마약류 실태가 대통령이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만큼 심각하냐, 정책 판단의 영역이지만 불과 5년 사이에 5배 늘어난 수준”이라고 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마저 ‘마약 수사 때문’이란 주장을 폈다.

‘마약 수사하는 검찰’은 민주당에겐 ‘의혹‘이고 ‘신고 대상’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작년 11월 국회에서 한동훈 장관에게 “중국 모 공장에서 북한 주민을 고용해 마약을 대한민국에 들이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알고 있냐”며 “그런 의혹들 밝히고자 한 장관께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다는 또 다른 ‘의혹’이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수사한다는 것이 (어떻게) ‘의혹’이냐”며 “만약에 (장 의원 말이) 맞는다면 범죄인데 수사를 해야만 하지 않겠냐”고 반박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달 국회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령에 의한 검찰의 직접수사, 그러한 현상이 있다면 민주당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與 “민주, 마약수호 정당인가” “공당 실격” 공세

대치동 마약음료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민주당의 입장과 태도를 여당이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당 대표 방탄도 부족해 마약, 조폭 범죄까지 보호하겠다고 나서는가?”라고 했다.

유상범 대변인은 “법무부 시행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으로 생긴 마약, 조폭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며 “아무리 정쟁에 매몰돼 있어도 공당이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 당 대표 방탄으로도 모자라 마약 범죄와 조폭까지 감싸는 민주당은 이미 ‘공당 실격’”이라고 했다.

8일에는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마약수호정당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그간 민주당의 움직임을 열거하며 “마약사범을 보호하려는 투철한 의지가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도대체 민주당은 뭐가 무서워서 기를 쓰고 검찰의 마약 수사를 막으려는 건가?”라며 “마약 조직의 배후에 중국이나 북한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데 혹시 민주당의 마약수호는 친중‧친북 노선의 결과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이 검수원복에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장관도 지난달 27일 국회에 출석해 “마약·조직폭력·무고·위증 수사를 못 하게 되돌려야 하는 그 이유를 묻고 싶다”며 “오히려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반박한 바 있다.

대검은 올해 2월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 등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검수원복’ 시행령이 무력화하면, 이들 수사팀도 소멸될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