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한국 현직대통령 최초로 연설을 했다./AP 연합뉴스

“재학생이라면 A학점 받겠다”

한국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하버드대 연설을 한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 후 이어진 저명한 국제학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의 대담에서 들은 말이다. 국제 정치에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도입한 나이 교수는 윤 대통령의 ‘소프트 파워’ 관련 답변에 이 같이 말하며 웃음 지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을 주제로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27일)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영어로 연설을 진행한 것과 달리 한국어로 연설을 진행했다. 중간중간 준비된 원고를 확인한 윤 대통령은 참석한 학생들을 둘러보며 약 20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학생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1층에 앉은 학생들은 물론 2층 청중석에도 가볍게 손을 흔들어 박수에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 후 조지프 나이 석좌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연설 후엔 나이 교수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단상에 올라온 나이 교수는 윤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아주 훌륭했다(very good)”고 짧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윤 대통령과 나란히 앉은 나이 교수는 “너무나도 훌륭한 연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훌륭한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공부를 했다”며 운을 뗐다.

나이 교수는 “윤 대통령은 출범 첫해부터 상당히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채택한 ‘워싱턴 선언’ 이후 한중관계, 한일관계 협력 재확인 후 향후 한일관계, 북핵문제 등에 대해 차례로 윤 대통령의 답변을 들었다.

나이 교수는 “조금 더 긍정적인 주제로 넘어가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분위기가 조금 무거웠다”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알려졌다. 문화적인 자원으로 전세계를 매료시켜온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인가”라고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지프 나이 교수./로이터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BTS, 블랙핑크, 미나리,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정부가 도와준 것이 거의 없다. 순수히 민간과 시장에서 만든 것이고 미국의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BTS와 블랙핑크를 언급하자 학생들 사이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박사님께서 20년 전에 ‘소프트파워’ 책을 쓰셨을 때 저도 그 책을 읽었다. 하드파워, 중화학공업 등은 국가가 나서서 산업 진흥을 할 수 있지만 (소프트파워 부흥은) 국가가 나설 문제는 아니다”며 “다만 국가는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그 규제를 해체하는 것, 그리고 전세계 마켓을 단일시장으로 만들 수 있게 개별 국가에서 규제를 먼저 풀어가는 게 소프트파워를 키울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미국 영화협회에 초청을 받아 갔다. 파라마운트, 유니버셜, 워너브라더스 관계자들이 많이 오셨는데 우리 시장에 마음껏 들어오시라 말씀드렸다. 여러분들이 사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제가 싹 없앨테니 걱정하지 말고 들어오시라 했다. 우리는 전세계와 함께 싱글마켓(단일시장)을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자 학생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나이 교수도 “정말 완벽한 답변을 해주셨다”며 웃었다. 그는 “케네디스쿨 재학생이라면 A학점이 바로 수여될 정도로 훌륭한 답변”이라고 말했고, 윤 대통령도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