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대(對)중국 관계에 대해 “경제적 번영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국가 안보”라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라는 것을 (중국에) 미리 이야기하며 이해시키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각) 말했다.

미국에 체류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22일(현지 시각)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 한국학연구소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 출판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다음 달 귀국을 앞둔 이 전 총리는 이날 미국 뉴저지주 한 식당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그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가 “완화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정부에 한미 동맹의 불가피성을 분명히 설득하면서 경제 협력을 유지할 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의 접근을 해 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중국에 대한 압박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국력이 흔들리면 미국 입장에서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면서 “미국에도 동맹(한국)이 약해지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반도체 첨단기술을 개발해서 미국과 협력하는 대신 반도체 수출을 그대로 하게 해달라는 식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협력할 경우에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는 것이 굉장히 긴요할 것”이라며 “여기에서 의존도가 높아지면 예속이 되고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신남방정책’이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의미가 있었다면서 현 정부의 신남방정책 폐기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이 전 총리는 중국과 대립각만 세우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한국은 물론, 일본도 동북아에서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데 중국과 대립만 해서는 지역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윤 정부의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없어도 하겠다는 탓에 국민들은 낭패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한국이 양보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게 마치 잘못인 것처럼 만들었다”며 “다음 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뒤집는다면 신용이 없는 나라처럼 보이고, 안 뒤집으면 국내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 짐을 지웠다는 주장이다.

그는 외교가 아닌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 ‘강성 팬덤’ 등으로 집안 싸움을 겪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당내 문제는 여의도에 있는 분들에게 맡기고, 국가적인 문제에 대해 집중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귀국 후 행보에 관한 질문에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정부 여당과 야당) 양쪽이 모두 제 말을 안 듣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그런 점에서 별로 바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 체제 민주당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해석으로 읽힌다.

그는 지난 22일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가진 출판기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에 대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라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발언했다. 이 전 총리는 미국 연수 일정을 마친 뒤 다음 달 12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의 강연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