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인사혁신처장(오른쪽)이 18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에 있는 인사관리처(OPM) 본부를 방문해 키란 아후자 처장(왼쪽)과 한미 인사행정분야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7~21일 취임 후 처음으로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인사관리처(OPM)와 항공우주국(NASA) 등을 찾았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訪美) 이후 한미관계가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동맹의 협력 영역이 인사 행정 분야까지 넓어졌다는 의미가 있다. 미측의 환대 아래 인사처장이 직접 한인 전문가 단체와 만나 해외 인재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김 처장은 미 연방정부 내 ‘일하기 좋은 직장’ 조사에서 10년 이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NASA 본부를 찾아 과학·기술 분야 인재 채용 및 유지 방안의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윤 대통령은 연내 출범 예정인 우주항공청(KASA) 관련 민간 수준의 유연한 인사시스템과 파격적 성과주의 등을 당부한 상태다. 앤 로머 NASA 인사 총괄은 ‘나사 가족’이라 부를 만큼 조직 구성원들 간 유대감을 거론하며 “차별화된 보수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이런 자부심이 우수인재들이 조직에 몰입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처장은 이어 인사처의 카운터 파트라 할 수 있는 OPM을 찾아 인사 혁신에 대한 양국 경험을 공유하고 인사 행정 분야 교류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키란 아후자 처장은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중앙부처 인사를 관장하는 OPM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이날 한미가 각자의 인사행정 사례를 공유하며 장장 4시간이 넘는 토론을 가졌는데 인사처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 인사행정, 직원의 조직에 대한 몰입, 애자일(agile) 정부 등 한미 양 기관의 관심사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9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 확충·협력을 위한 재미 경제·문화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이와 함께 1971년 설립돼 7200명의 회원 풀을 갖고 있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와 처음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선진국들의 과학·기술 분야 인재 유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전문가를 적극 발굴하는 기반을 조성했다는 의미가 있다. 7000명이 넘는 한인 과학자들이 인사처가 관리하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되면 해외 인재들이 국내에 들어와 공직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지금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처는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KOTRA), 한국국제교류재단(KF) 등과 협력해 인재DB를 해외에 홍보하고 중앙부처·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해외 인재 활용 수요조사도 연 2회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인사처 관계자들은 이번 미국 방문 관련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이후 워싱턴 조야(朝野)의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OPM과의 오찬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빈 만찬 때 부른 ‘아메리칸 파이’가 화제였고, OPM 관계자들이 한국 방문단을 배려해 식혜·유과 등을 내왔다고 한다. NASA 방문 때는 우주 비행사 출신인 빌 넬슨 국장(기관장)이 면담에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대신해 우주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통해 우리측에 대한 환영 메시지를 전했다. NASA 관계자가 곧 출범하는 우주항공청에 대한 기대감과 협력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미 인사행정 분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국제주의적 시각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