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범죄 관련해서는 검찰·경찰의 수사권보다 강력한 ‘조사권’을 갖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 나왔다.

26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안으로 선관위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국회 입법조사처는 27일 선거 관련 허위 글이라는 의심만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게시자 정보를 포털을 통해 받아볼 수 있게 한 공직선거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입법조사처의 ‘공직선거법상 통신 관련 선거 범죄조사와 개인정보보호’ 보고서를 보면, 공직선거법 272조 3항에 따라 각급 선관위는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에 선거 허위 정보를 올린 것으로 의심되는 이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 개인정보를 해당 포털 사이트에 영장 없이 요청할 수 있다. 선관위의 요구를 받으면 포털 사이트는 지체 없이 응해야 하며, 선관위는 당사자에게 관련 상황을 알려야 할 의무가 없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사전 통보나 영장에 준하는 보호장치 없이, 정보통신사업자에게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은 물론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려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선관위의 권한이 “선거운동의 자유나 선거 관련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영장주의에 준하는 사법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과 정보 주체에게 정보제공 사실을 즉시 고지하는 방안의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관위의 조사권이 사실상 검찰·경찰의 수사권보다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 선관위든 수사기관이든 사람을 데려오거나 장소를 수색하고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사전·사후에 관련 영장을 청구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선관위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 계좌를 추적해 자금 흐름을 보려고 할 때도 선관위는 금융기관의 장에게 ‘요구’만 하면 된다. 2016년 국민의당에 치명타를 안긴 리베이트 의혹도 선관위 고발에서 시작됐다. 2019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선관위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최근 선관위는 잇따른 고위 간부 자녀 채용 특혜 논란으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