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일본 해상보안청이 29일 밝혔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북핵과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전용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에 정찰위성을 실어 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북한이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을 공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태용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우리 당국이 ‘응분의 대가’를 언급한 만큼, 북한의 발사 이후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추가 제재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2016년 2월 이후 7년여 만이다. 한·미·일 3국의 북핵 수석대표도 이날 전화 협의를 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찰위성 개발 현장 찾아간 김정은 - 북한 김정은(오른쪽 셋째)이 지난 16일 딸 김주애(오른쪽 둘째)와 함께 평양 우주개발국을 찾아 군 정찰위성 발사 개발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일본해상보안청은 29일 북한이 오는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지난 25일 누리호 3차 발사를 통해 여러 기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등 세계 각국은 대부분 국제 사회의 간섭 없이 우주 발사체 및 위성 발사 계획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유엔은 북한의 우주 발사체 발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ICBM 등 탄도미사일 개발에 활용, 위성 발사도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본 NHK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통보한 뒤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은 지금까지 4차례 있었고, 그중 2회는 궤도에 무언가를 올렸지만 위성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위성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높이기 위한 발사였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 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 과업 중 하나로 공개됐다. 북한은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완성됐다고 밝혔고, 김정은은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한 뒤 위원회의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했다. 첫 공개 후 2년 반 만에 실행에 옮겨지는 것이다.

북한이 정찰위성에 집착하는 것은 한미 군 최신 동향 등 전쟁 준비 및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은 해킹 등 사이버전이나 간첩, 소형 무인기 침투 등을 통해 한미 동향을 파악해왔다. 하지만 공격 준비 등을 위해 살아있는 최신 정보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집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정찰위성이 가장 효과적이다. 무인기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뜰 수 없고 부산·진해 등 후방 지역 정보까지 수집하는 데는 비행거리 등에서 한계가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군 정찰위성을 확보하면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 전략 자산을 비롯해 패트리엇 발사대 등 한국에 배치된 주요 전력 위치와 타깃을 지금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북한이 전술핵 미사일 등 대남 타격 무기를 개발한 만큼, 정찰위성까지 확보하면 보고 때릴 ‘눈’과 ‘주먹’을 다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위성 기술을 향상시켜 한반도 상공의 한미 위성 등 정보 자산을 교란하거나 파괴하는 ‘킬러 위성’을 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 위성 발사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서해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에 통보한 북 로켓 낙하 예상 지역들을 토대로 북 로켓 추력(推力)이 2012년 12월 은하 3호와 2016년 2월 광명성 4호에 비해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NHK는 “(잔해물 등의) 낙하가 예상되는 해역은 서해 2곳, 필리핀 동쪽 해상 1곳 등 총 3곳으로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이라고 보도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일본 해상보안청에서 제공한 항행 경보 사항을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북 1단 로켓은 전북 군산 쪽에서 서해 멀리, 페어링(위성 덮개)은 제주도에서 서쪽으로 먼 해상에, 2단 로켓은 필리핀 루손 동쪽 해상에 각각 낙하할 것으로 예상됐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1단 로켓은 과거 은하 3호보다 성능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2단 로켓 또한 연소 시간이 길고 비행 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1·2단 로켓의 총추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해상도는 본격적인 정찰위성에 비해 상당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 정찰위성 성능과 관련,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3m 혹은 그보다 떨어지는 해상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찰위성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 1m 이하의 해상도를 가져야 한다. 미국은 5~10㎝급 해상도의 KH 계열 정찰위성을 운용 중이고, 한국군도 30㎝ 이하급의 정찰위성(전자광학 카메라)을 띄울 계획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의 위성 발사 통보와 관련해 발사체나 잔해물이 자국 영역에 낙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파괴 조치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위성 발사를 요격한 전례가 없고, 발사체 잔해물이 일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 실제 요격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