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30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촉발한 국회의원 가상 자산(코인) 전수(全數)조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임기는 내달 27일까지다. 이날 전 위원장의 기자 간담회는 권익위 부위원장, 주요 실무자들과 사전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권익위 내부에서조차 “민주당 출신인 전 위원장이 면죄부를 주거나 사건을 물타기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선관위 자녀 채용과 관련해 권익위에 신고가 접수, 이에 대해서 채용비리신고센터에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권익위는 선관위에 6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전달했고, 이에 대해 내일까지 선관위에 답변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를 향해 “셀프 조사보다는 권익위의 채용 비리 통합신고센터를 이용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권익위가 단독으로 조사하거나, 요청이 있다면 선관위와 합동으로 조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전 위원장의 합동 조사에 제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김남국 의원이 촉발한 가상 자산 논란에 대해선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임하겠다고도 했다. 전 위원장은 전수조사를 위해 “국회의원들의 개인 정보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임기가 6월 27일까지이기 때문에 그 전에 조사단이 꾸려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 위원장의 선관위 자녀 채용 특혜, 국회의원 가상 자산 조사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두고 권익위 내부에서는 “내부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권익위 김태규 부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권익위 부위원장, 사무처장, 실·국장과 같은 고위 공무원과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사안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특히 특혜 채용 의혹을 선관위와 함께 조사하자는 것에 대해 그는 “피조사 기관인 선관위 구성원을 조사에 참여시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금 선관위는 어느 한두 명만이 문제가 아니라 기관 전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선관위 직원들이 조사에 참여하면 ‘서로 적당히 이 정도까지 합시다’라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권익위 안팎에서도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전 위원장이 편파적 판단으로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이 부임한 이후 권익위가 민주당에 불리한 사건에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권익위는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이 군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데 대해서 “이해 충돌로 보기 어렵고,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용구 전 법무차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변호를 맡다가 법무부 고위직으로 직행(直行)하거나, 박범계 의원이 공동 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으로 법무장관 업무 수행을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결론 내렸다.

권익위 관계자는 “전 위원장은 부패 방지 기관인 권익위를 ‘면죄부 발급소’로 전락시킨 책임이 적지 않다”며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전 위원장이 선관위와 합동 조사를 제안한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권익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단 한번도 권익위 유권해석 관련해서 개인의사를 표명하거나 부당한 지시 내린 적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김태규 부위원장은 고충 담당으로 이 안건에 대해서 논의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