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6일 경북 성주군 성주농산물공판장을 찾아 참외를 맛보고 있다. /김동환 기자

26일 오후 3시 경북 성주군청 앞에 ‘사드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철회’를 주장하는 시위대 30여 명이 진을 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방문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2016년 성주군민의 거센 분노에 군청 뒷길로 도망쳤던 황교안 전 총리를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마이크로 고성을 지를 뿐 호응하는 주민이 없었다. 농민들이 몰려나와 길을 막고, 총리를 6시간 동안 에워싼 2016년과 같은 모습은 재연되지 않았다.

성주에서 45년째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농사를 짓지도 않고, 성주와는 관련이 없는 운동권이 사드를 빌미로 정치 투쟁을 하는 데 분노가 치민다”며 “‘사드 참외’ 괴담을 다시 퍼뜨리려는 이들을 어느 농가가 좋아하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농민은 “괴담이야말로 농민을 죽이는 폭력”이라고 했다.

성주군청에서 간담회를 가진 김 대표는 농협 농산물 산지 유통센터로 이동해 참외를 시식했다. 그는 직접 깎은 참외를 먹으면서 “괴담으로 마음고생하셨을 농민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한 농협 직원은 김 대표에게 “성주 참외를 많이 홍보해 달라”고 했다. 한창 비닐하우스에서 참외가 나오는 철이라 오전에 수확된 참외를 이곳 센터에서 포장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국민의힘은 중앙당 명의로 참외 400상자를 구매했다.

시식장에서는 지난 21일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이 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얘기도 나왔다. 김 대표는 “이 간단한 결과를 내는 데 무려 6년의 긴 세월을 보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시늉만 하고 사실상 저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압력을 넣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감사원 감사와 필요하면 수사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문재인 정권 핵심부를 겨누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간 더불어민주당과 사드 반대 단체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로 성주 참외가 썩고, 전자레인지 참외가 된다’는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렸다. 괴담은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2015년 4020억원의 수익을 올렸던 성주군의 참외 농가들은 논란이 한창이던 2016년 3710억원어치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행사에 참석한 한 농민은 “정치인들이야 괴담이든 뭐든 쉽게 내뱉지만 우리에게 생존이 걸린 일이다”라며 “농사는 천직(天職)이라고 생각해 그만두지 못했을 뿐이지 그때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고 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던 일부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기도 했다.

대다수의 농민들은 묵묵히 참외를 재배했다고 한다. 전국 대형마트에 성주 참외를 공급하는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는 “이 이슈가 시간이 지나면서 수그러들고, 매출도 회복세를 보였다”며 “가끔씩 반대 단체가 플래카드를 걸기 위해 성주로 오기도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지난해 총매출액은 5763억원으로, 1970년 성주군이 참외 시설 재배에 성공한 이후 5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드 전자파 괴담이 진정되니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사드 사태가 진정됐음에도 이날 여당 지도부가 성주에서 참외 시식을 한 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괴담 때문이다.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해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한 후 방류하므로 괜찮다”는 식의 설명만으로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꾸준히 ‘먹방’을 통해 불안함을 해소하는 한편, 과거 괴담의 주인공이었던 성주 참외, 미국산 소고기 등을 부각해 그간 야당의 주장이 얼마나 비이성적이었는지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했다.

국힘 의원들은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수산시장을 찾는 ‘먹방 릴레이’를 하고 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횟집 식사 인증을 하고 다음 의원을 지목하는 ‘횟집 가기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