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27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 논의에 대해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 퇴진을 공개 요구했다. 이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져버린 광복회장이야말로 판단하실 능력이 없으면 즉각 사퇴하라”고 맞받았다.

2018년 3월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분의 흉상 제막식. 흉상은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뉴스1

이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 형식을 통해 이종섭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했다.

현재 육사 충무관 앞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설치돼있는데 독립기념관 이전이 논의되는것으로 알려졌다.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1927년 소련 공산당 입당 전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종섭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했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기도 한 이종찬 회장은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수반으로 선전해온 터여서 그보다 위대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모셔가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의 봉환 사업을 방해했다”며 “홍범도 장군을 새삼스럽게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의 흉상으로 대체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흉상을 옮길 곳이 없어서 독립기념관의 수장고 한 귀퉁이에 넣게 된다면 차라리 파손하여 흔적을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는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선택한 인물”이라며 “당신이 철거한다는 다섯 분의 영웅은 일신의 영달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라를 찾기 위해 생명을 걸었다”고 했다.

이 회장의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공산주의자라도 항일운동만 했다면 무조건 순국선열로 모시고 육사에 흉상까지 설치해야하느냐”며 “그러면 김원봉과 김일성도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6ㆍ25전쟁은 소련의 지원을 받아 김일성이 일으킨 반민족 반인도적 범죄”라며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군복을 착용하고 군모까지 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신 의원은 “그것도 생도들이 매일 공부하러가는 종합강의동 현관 앞에 설치했다. 생도들에게 공산주의자를 롤모델로 하란 소리냐”며 “독립운동가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 모시는게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것이냐. 육사에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웅들을 우선적으로 모신다고 국방부 장관이 사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신 의원은 “육군사관학교는 공산주의 침략과 도발로 부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과정에서 탄생했고 성장했다”며 “6ㆍ25 전쟁을 빼곤 존재할 수 없는 학교”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의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건국운동”이라며 “수많은 고귀한 피의 대가가 왕정복고나 공산국가가 되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신 의원은 특히 이종찬 회장이 보도자료 형식으로 이종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데 대해 “군의 대선배님이신 광복회장께서 의견이 있으시면 한참 후배인 육사교장이나 국방장관을 만나서 얘기하는게 옳지 않을까요”라며 “공개 서한을 보내 언론의 주목을 끄시는 것은 왠지 구태 정치인 모습같아 참으로 씁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