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8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3.08.09./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시작하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기금 모금에 ‘1호 기부자’가 될 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평소 건국 대통령을 기리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1호 기부에 나설 경우 ‘국민 모금’ 취지보다 ‘모금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를 보류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 선양 사업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1호 기부를 검토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승만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내부에서는 “모금 운동은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윤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민간 차원의 모금이 어느 정도 정착되고 난 후 기부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건립추진위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행정 기관 협조 등 절차적 부분을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승만 기념관은 독립유공자법에 따라 100% 정부 예산으로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 모금을 병행하자는 취지에서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민간과 국가 지원을 병행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기념관 건립 사업이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학술계 등과 연관된 업무가 많기 때문에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에도 독립유공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이승만 기념관 건립 사업을 도와달라는 뜻을 밝혔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물밑에서 건립 사업 지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전직 대통령 자녀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과 화해의 움직임도 윤 대통령이 1호 기부를 검토했던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