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영장 기각과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 장관이 국회에서 이 대표의 구속을 요청하며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하영제 당시 국민의힘(현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 요청 시에도 한 장관은 “객관적 물증이 많다” 등 비슷한 발언을 했지만, 민주당은 당시 피의사실 공표를 비롯한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전 수석은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저는 원래 장관 탄핵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꺼내야 될 카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문제는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 장관 스스로 이재명 대표에 대해 아예 범죄자로 확정하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보고할 때도 피의사실을 노출시켰다”며 “유례없이 그렇게 장황하고 확정적으로 얘기하는 과정들이 탄핵을 추진해야 할 충분한 논거도 되고, 상황도 된다”고 했다.

최 전 수석은 “정말 오랫동안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일이기 때문에 장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리고 이런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탄핵 사유로 삼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논쟁거리가 됐다. 한 장관이 이 대표의 구속을 요청하던 중 민주당 의석 쪽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라며 항의가 잇따랐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한 장관은 “이것은 범죄 혐의에 대한 문제”라며 “범죄 혐의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면서 어떻게 판단하려 그러시느냐”고 했다.

국회법 제93조는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안건에 대해서는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한 장관은 지난 3월 국회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대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연속으로 부결된 직후였다.

한 장관은 당시 “이 사건에서는 돈을 받았다고 말하는 하 의원의 육성 녹음,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나오는 CCTV 등 객관적 물증이 많다”며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사람도 다수여서 한두 명의 입에 의존하는 수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석의원 281명 중 160명의 찬성으로 하 의원 체포동의안은 통과됐다.

당시 한 장관의 발언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난 두 번의 체포동의안이 연달아 부결되는 것을 국민들께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셨다”는 한 장관의 발언에 민주당에서 불만이 터져나왔을 뿐이었다. 이 대표는 본회의 표결 직후 ‘가결된 것을 어떻게 보시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만 하시죠”라고만 말한 후 자리를 떠났다.

한편, 한 장관은 야권에서 거론되는 탄핵설에 대해 당당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기 당 대표의 각종 중대 불법을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해서 처벌하는 것이 민주당에는 장관을 탄핵할 사유이냐”며 “만약 민주당이 저에 대해 어떤 절차를 실제로 진행하신다면 저는 절차 안에서 당당히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