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이승만 정신’의 뿌리가 있는 곳입니다. 기념관 건립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라며 정성을 다시 보냅니다.”

미국 하와이 한인들이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해 최근 14만달러(약 1억8000만원)를 모아 (재)이승만대통령 기념 재단에 전달했다. 지난달 범국민 모금이 시작되자마자 단 3일 만에 3만달러(약 4000만원)를 모은 데 이어 두 번째 기부다. 하와이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 26년을 포함해 90년 생애 중 3분의 1을 보낸 ‘제2 고향’이다.

5만달러를 쾌척한 김명혜(71·민주평통 해외 위원)씨를 비롯해 조중건(91) 전 대한항공 부회장, 이덕희(82) 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장, 김동균(78) 건국대통령이승만재단 회장 등과 하와이 내 금융·유통·종교계 등에서 뿌리 내린 교민들이 정성을 모았다. 김동균 회장은 “10만달러를 목표했는데 초과 달성을 해서 놀랍고 보람찼다. 그만큼 이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조속히 해내서 다음 세대에게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바르게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다들 컸다”며 “고국에 계신 분들도 뜨겁게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 사랑침례교회 교인 900여 명도 1억4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교회의 정동수 담임목사는 인하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인하대는 ‘한국의 MIT(매사추세츠 공대)’를 꿈꾸며 하와이 동포들이 한인기독학원 부지를 매각한 자금을 보태 1954년 세운 학교로, 이승만 대통령이 손수 ‘인천’과 ‘하와이’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정 목사는 “아버지가 반공 포로였기에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저희 교인들이 기도로 모은 정성이 기독교계 동참을 확산시키는 데 울림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 중구 (재)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 사무국을 방문한 학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와 태극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부에도 동참한 학생들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이 공부했던 배재학당역사박물관도 견학했다. /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한 범국민 모금 운동을 벌인 지난 40여 일 동안 정치인·기업인·종교인·연예인 등 유명인부터 평범한 시민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각계 각층이 참여했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과 김병욱·최형두 의원(이상 국민의힘) 등은 “탁월한 국제 정세 판단으로 한미 동맹 체결 등을 통해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을 놓은 ‘정치인 이승만’의 공적이 널리 기억되길 바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베트남에서 사업하며 10억원을 쾌척한 정혁진(69) 회장을 비롯해 우오현(70) SM그룹 회장, 남종현(79) 그래미 회장, 서운석(81) 성파 회장, 김윤중(81) 삼원기업 회장 등 여러 기업인도 동참했다. 여기엔 영·호남 지역주의나 좌·우파 이념 타령도 없었다. 배우 이영애(52)씨는 지난달 범국민 모금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5000만원을 전했다가 야권 지지층의 맹비난은 물론 ‘거짓 뉴스’ 공격까지 당해 사비를 털어 입장을 해명하는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재)이승만대통령 기념재단은 “24일 자정 기준 2만3000여 명이 후원에 동참해주셔서 53억6000여 만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숫자가 말해주듯이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이끌어가는 근원적인 힘은 평범한 시민들에게서 나온다. 지금껏 재단에는 “작은 돈이지만 평범한 노인으로선 큰돈” “용돈을 아껴 모은 저금통을 가져왔다” 같은 말과 함께 정성을 보태준 시민들이 잇따랐다. 김황식 재단 이사장은 “기부 액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여러분의 작은 정성이 쌓일 때 ‘국민이 만든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이 완성된다”며 “더 많은 분의 동참을 기다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