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재명, 하루 3차례 악수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에도 이 대표를 만나 “오랜만입니다”라며 말을 건넸고, 이 대표는 미소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하루에만 세 차례 악수를 했다. /이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예산안 설명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설문 초안에 담겨 있던 문재인 정부 비판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다수 참석한 오찬에서 여러 비판이 나왔지만 “좋은 말씀을 경청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진이 작성한 시정연설 초고에는 전임 정부를 겨냥해 ‘말뿐인 복지’ 등의 표현이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본 윤 대통령은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며 직접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면서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며 야당을 먼저 호명했다. 이날 연설문에는 ‘문재인 정부’나 ‘과거 정부’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 시정연설을 들었다. 민주당이 작년 10월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하며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않았을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며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약 657조원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했다”며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 법치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중점 추진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언급하면서 “정부는 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 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적극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 ‘보조금관리법’ ‘우주항공청법’ 등 법안 처리에도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