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잡은 장제원 -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지난 11일 경남 함양고운체육관에서 열린 여원(汝元) 산악회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마이크를 잡고 화답하고 있다. 장 의원의 외곽 조직인 이 산악회는 그가 국회에 진출한 2008년 창립됐다. 여원은 ‘여의도에서 으뜸이 되라’는 뜻으로, 장 의원이 명예회장이다.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거취 표명에 관심이 쏠리는 여권 정치인들이 지난 주말 ‘세 과시’ 행보를 했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 산악회의 대규모 행사에 참석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측근 인사들과 만났다. 이들은 각각 ‘총선 용퇴’와 ‘신당 창당’ 여부를 두고 관심을 받는다.

장 의원은 11일 자신의 외곽 조직인 ‘여원산악회’가 경남 함양에서 연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경남 함양 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며 “여원산악회는 지난 15년 동안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산행을 하면서 건강과 친목을 다져왔다”고 썼다. 인요한 당 혁신위원장이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 혹은 용퇴론을 주장하자, 이에 맞서 자신의 지지세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원(汝元)산악회는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직으로, ‘장 의원이 여의도(汝矣島)에서 으뜸(元)이 돼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회가 출범한 2008년은 장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의원 배지를 단 해로, 이번 행사는 장 의원의 정계 입문 15주년 의미도 담고 있다. 그는 줄곧 이 모임의 명예회장을 맡아 왔다.

장 의원은 정치적 분기점 때마다 산악회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년 7월 이준석 전 대표 중징계로 당이 어수선해지자 코로나로 중단됐던 여원산악회 활동을 2년 7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회원 1100여 명이 참가한 사실을 공개했다. 같은 해 12월 자신과 함께 ‘친윤 투톱’ 꼽혔던 권성동 의원과의 갈등설이 불거졌을 때에도 그는 산악회 버스가 늘어선 사진을 공개하며 “3000여 회원들이 합천체육관에서 우정을 나눴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지역활동 홍보에도 적극 나서 최근 페이스북에 “교육부 하반기 특별교부금 57억6800만원을 확보했다”고 알렸고, 부산시 제2청사 착수식 소식도 전했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의 권고를 우회적으로 거절한다는 의사 표현으로 읽힌다”고 했다.

이준석 측근 ‘천아용인’-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친한 측근 4인방 ‘천아용인’이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허은아 의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이기인 경기도의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 전 대표, 허 의원. /김용태 페이스북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8 전당대회 당시 지지했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11일 만났다. 이날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SNS에 이 전 대표를 포함한 5명이 회의를 하는 사진을 공유했다. ‘이준석 신당’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신당에 합류할 수도 있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본지에 “창당하면 수도권 정당으로 가되, 영남 선거를 치르게 되면 30여 곳 되는 지역구에 후보를 다 내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이 전 대표 본인에 대한 영남 출마 요구가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천아용인’ 네 사람이 신당에 합류한다면 영남권 출마를 고려해 보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 측이 이들과의 만남을 공개한 것은 ‘이준석 신당’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데 대한 반격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대구에서 이준석, 유승민 바람은 전혀 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천아용인’도 각자의 사정 때문에 쉽게 신당으로 넘어가긴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비례대표인 허은아 의원은 탈당 시 의원 직위를 잃는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호남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청년’이란 상징성이 자산인데, 탈당을 하면 이런 무형 자산이 사라질 수 있다. 천 위원장은 본지에 “(먼저) 가능하다면 내부적인 변화를 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께서 묶인 매듭을 푸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