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 만찬의 尹대통령 부부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현지 시각) 미 샌프란시스코 리전 오브 아너(Legion of Honor) 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일본 등 4국 정상과 연쇄 양자 회담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차에서 내려 윤 대통령이 기다리는 회담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관심이 쏠렸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이날 열리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APEC 회의장에서 시 주석을 만나 짧은 환담을 했다. 한·미·일 3국 협력을 공고히 다지면서 한중 관계 관리를 위한 양자 외교전을 모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했다. 올 들어서만 일곱 번째인 이날 한일 정상회담은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현지 교통 사정으로 늦게 도착한 기시다 총리는 회담장에 들어서면서 “많이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이 “괜찮다”고 하자 “늦을까 봐 걸어왔다”면서 거듭 양해를 구했다. 두 정상은 만나자마자 포옹을 했고,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 손을 잡고 자리로 안내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일곱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신뢰를 공고하게 하고 한일 관계 흐름을 긍정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양국이 합의한 모든 정부 간 협의체가 이제 100% 복원됐다”면서 “앞으로도 각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소통할 수 있도록 기시다 총리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 두 정상 합의대로 고위급 대화가 재개되는 등 양국 관계가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도 “이스라엘에서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 것은 굉장히 마음 든든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무장 충돌 이후 이스라엘 지역에 체류 중인 양국 국민 귀국 과정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일을 평가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 협력을 “더 전진시키기를 희망한다”면서 “전 세계를 분열과 갈등이 아닌 협조로 이끌겠다는 강한 뜻이 있다. 이런 점에서도 양국은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별도로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비공개로 1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두 사람 덕분에 대통령 임무 수행에서 짐을 크게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 만찬에서도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때 멋진 노래를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APEC 회의장에서 만나 3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작년 11월 20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의 만남이었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APEC을 계기로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고 했고, 시 주석은 “좋은 성과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한중이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 한덕수 총리를 환대해줘 감사하다고 하자, 시 주석은 “한 총리와 멋진 회담을 했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서 만난 韓中 정상 -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처음이다. 가운데는 우리 측 통역인 김원집 외교부 사무관.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와 달리 한중이 APEC 회의 참석 전부터 논의해온 양국 정상회담은 이날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 일정이 빡빡해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장담 못 한다”면서 “중국은 (이번에) 미국과 회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뒤 (남은) 가용시간에 어떤 나라와 얼마나 콤팩트하게 회담하고 돌아갈지를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APEC에서 중국이 벌인 양자 외교전에 담긴 의도를 분석하면서 양국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루·칠레·베트남 정상과도 양자 회담을 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도 윤 대통령에게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을 기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