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시민참여인공지능포럼 운영위원장(전 시대전환 공동대표)이 24일 국회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정치권을 바라보는 이원재(51)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의 화두는 명확했다. 돈·명예·권력을 모두 갖게 되는 국회의원의 특권이 과하고, 이 특권을 과감하게 축소하는 게 정치 개혁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나 너무 힘들어서 국회의원 못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정치 개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구구절절 많지만 핵심은 ‘국회의원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돈·명예·권력 이 세 가지를 사람들이 욕망하는데, 그걸 다 가질 수 있는 건 사실 없다. 돈이 있으면 명예가 없고, 권력이 있으면 돈이 없는 식으로 균형을 잡는 거고 그중 두 가지만 가져도 굉장히 좋은 건데, 지금 국회의원은 이 세 가지를 다 가졌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과하다는 건가.

“민주화 이전의 국회의원은 ‘명예’는 없었다. 권위주의 정권에 협력하는 끼리끼리 집단이라는 의식이 강했는데, 지금 국회의원은 세 가지를 모두 가졌다. 언론도 과거에는 국회의원 개인이 발언한다고 무조건 써주지 않았다. 지금은 마구 나와 평론·해석을 한다. 언론에서 이 사람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도장을 계속 찍어주는 거다. 세비 1억5000만원에 후원금 등 이래저래 1억원을 더 쓴다. 자기만을 위해 일하는 스태프(보좌진) 9명을 월급 주면서 쓸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 80~90%가 5인 이하 사업장이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사장님이 되는 거다.”

-시대전환이 실패한 것도 특권 문제였나.

“국회의원 다시 한번 하고 싶다는 욕망을 제어할 수가 없더라. 나는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됐다고 본다.”

그가 창당에 참여해 초기 공동대표를 맡은 정당 ‘시대전환’은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사라졌다. 시대전환 소속이던 조정훈 의원은 2016년 이후 수차례 당적을 바꿨고, 최근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초기 인사들은 이에 반대하며 시대전환을 나왔다.

이원재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전 공동대표는 "국회의원 다시 하고 싶다는 욕망을 제어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국회의원 특권을 과감하게 축소하는 것이 정치 개혁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당원 5000명이 국회의원 1명의 욕망을 막지 못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시대전환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작은 정당에서는 의원이 갖는 욕망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흐른다. 본인이 대표이고 의원이고, 보좌진이 당의 간부이고 그런 상황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많아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는 건가.

“국회의원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그들이 게임의 룰을 정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욕망을 제어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보수와 지나치게 많은 보좌진, 지나치게 많은 사회적 인정, 이런 것들이 욕망을 제어하는 핵심이다. 국회의원 한 번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정치 개혁이 된다.”

-스스로 배지 그만 달겠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세비’가 아니라 회의 참석하면 받는 ‘회의비’ 형식으로 수당을 받아야 한다.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 정도로 연봉을 확 낮추고, 보좌진도 아예 없애야 한다.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 등 국회 사무처가 어마어마한 조직이다. 챗GPT도 있다. 얼마든지 개인이 입법 활동 할 수 있다. 왜 시종 역할을 하는 보좌진을 잔뜩 고용하나. 보좌진 하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의원의 재선을 위해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의원 숫자를 줄이는 건 어떤가.

“진짜 일이 많다고 하면 의원 숫자를 확 늘려도 된다. 세비 줄이고 보좌진 없애면 비용은 엄청 줄어든다. 나는 특권 없는 국회의원이라면 한 1000명쯤 돼도 될 것 같다. ‘지하철 노선 끌어왔다’ ‘학교 예산 따왔다’ 이런 정도의 일은 1000분의 1 정도 되는 의원이 하면 되는 일이다. 지금처럼 사실상 장관급 예우를 받는 국회의원 300명이 다 같이 매달려서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국회의원 특권 축소 말만 나오다 사라진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그런 발언 할 만한 사람들이 다 국회의원을 하고 싶어 한다. 교수, 변호사, 시민사회 단체 사람들이 예전에는 다 국회의원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분야가 다 약화됐고 모두들 국회로 가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도 신당이 여럿 나올 것 같다.

“원재료가 분명하게 표시돼 있어야 이게 뭔지 알고 살 수 있다. 지금은 다들 원재료 표시 안 하고 두루뭉술하게 ‘이건 좋은 빵입니다’라고 하는 것 같다. 단맛인지 짠맛인지 뭘 넣어 만든 건지 분명하게 표기해야 한다.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 이런 슬로건은 사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거다. 각 정당이 성 소수자 문제, 재정 확장이냐 축소냐, 공기업 민영화냐 아니냐 등 세세한 이슈에 모두 답을 내놓는 것이 국민에게 더 좋은 선택지가 된다.”

-그렇게 세세하게 나누다 보면 소수당에 행사한 건 사표(死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본소득당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다. 처음에는 저렇게 좁은 어젠다를 갖고 정당을 만드나라고 생각했다. 기본소득당은 원재료를 엄청 자세하게 써놓은 셈이다. 녹색당도 원내 진출은 못 했지만 지난 정부에 참여해 일했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버티는 정당들이 있어야 또 다당제를 위한 선거법 개정에도 명분이 생긴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윤석열 정부는 아직 실패한 건 아니지만 실패할 정부인 것 같다. 자기 위치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대화와 타협을 해야 정치가 잘될 수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자기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반대자들을 수사하고 노동조합을 뒤질 때 이 단어를 쓴다. 국민은 ‘자유를 핑계로 반대편을 때려잡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야당이 비타협적으로 발목을 잡지 않나.

“대통령제에서는 야당이 반대해도 이걸 잘 컨트롤해 나가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중 긍정적·부정적 분야를 꼽아달라.

“평가하기 이른 측면이 있지만, 디지털 플랫폼 정부위원회,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든 것 등은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기후 위기 문제는 너무 위축시킨 것 같다. 원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재생에너지도 늘리면서 원전도 늘려야만 한다. 태양광 에너지 사업에 대해 효율성을 따지는 것까지는 좋지만 너무 범죄화하니 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것 같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책적 정체성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여야는 서로 권력을 더 많이 갖겠다고 싸우는 건 알겠는데 그다음에 뭘 하겠다는 건지가 명확하지 않다. 국회도 국정을 끌고 가는 한 주체다. 지금의 국회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대선 연장전을 하는 것 같다.”

☞이원재

이원재(51)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경제학·경영학을 전공한 경제 전문가로 정치권에서 역할해왔다.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희망제작소장을 지냈고, 2018년 기본 소득제 등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LAB2050′을 설립했다. 2020년 시대전환 창당 과정에 참여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현재 성공회대 연구교수로 다음 달부터 유튜브 경제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