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후 고개를 돌려 자리에 앉고 있다./뉴스1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부 견제론’이 상승하는 등 여권(與圈)의 열세가 뚜렷해지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지도부의 갈등 등 정부‧여당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는 당 중진과 친윤(親尹) 핵심들에 대한 불출마 등 인적 쇄신안이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채 오는 11일 활동을 조기 종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 민심이 4년 전과 비슷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도 4년 전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 회사가 7일 발표한 공동 전국지표조사(National Barometer Survey·NBS)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2%였다. 직전 조사인 2주 전에 비해 3%포인트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56%에서 60%로 상승했다. NBS 조사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메트릭스리서치가 전날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33%로 직전 조사인 11월 초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메트릭스리서치 조사도 지난 5월에 월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내년 4월 총선과 관련해 메트릭스리서치가 ‘만약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 쪽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고 질문한 결과도 최근 여당의 열세 분위기로 바뀌었다. 지난달 조사에선 국민의힘(33%)이 민주당(32%)보다 1%포인트 높았지만 이번엔 민주당(36%)이 국민의힘(31%)을 5%포인트 차이로 역전했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중도층에서는 민주당(40%)이 국민의힘(20%)보다 두 배나 높았다. 20대도 민주당(32%)과 국민의힘(16%)의 차이가 두 배에 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조사대로면 실제 선거 때 중도층이 야권에 쏠림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미소짓고 있다./연합뉴스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물은 조사 결과도 야당의 강세였다. NBS 조사에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정부 견제론)가 47%, ‘국정 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정부 지원론)는 42%였다. 2주 전 조사에서는 정부 견제론과 지원론이 44%로 같았지만 이번 조사는 견제론이 5%포인트 더 높았다. 메트릭스리서치 조사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정부 견제론)가 50%였고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정부 지원론)는 37%에 그쳤다.

메트릭스리서치 조사 결과는 민주당(180석)이 103석에 그친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에 압승을 거둔 4년 전과 비슷하다. 지난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월 초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원론(49%)이 견제론(37%)을 12%포인트 앞섰다. 최근 메트릭스리서치 조사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론(50%)이 지원론(37%)보다 13%포인트 높은 것과 거의 같았다. 총선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묻는 항목은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은 무당층(無黨層)의 표심까지 알 수 있어서 정당 지지율보다 총선 판세 예측에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백서에서 ‘조국 사태 등 정부 실책에 기대어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갖고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게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여당이 인적 쇄신을 통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메트릭스리서치는 2~3일 전국 성인 1000명, NBS는 4~6일 전국 성인 1006명 대상의 전화 면접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각각 11.9%와 16.8%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