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18일 구속되자 친명 네티즌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검사와 판사를 향한 분노가 쏟아졌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향해서는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라며 태도가 돌변했다.

18일 오후 11시 59분쯤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기하던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사법부는 죽었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고 외치며 송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많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19일 새벽 다수의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고 눈물이 왈칵해서 새벽부터 애꿎은 벽만 주먹으로 수십차례 쳤다”고 했다. 또 다른 지지자도 “저도 한밤중에 벽을 쳐서 옆집 민원을 받았다”고 적었다.

검찰을 향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죄 없는 사람을 구속해도 되는 거냐”며 “이 대표를 위해 희생하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게 그렇게 눈에 거슬렸느냐”고 물었다. 글쓴이는 유 부장판사를 향해서도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실망이다. 제가 판사님을 잘못 봤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는 “이게 남 일 같냐”며 “반드시 당신들의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르길 매일 기도하겠다”고 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 10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마련한 릴레이 농성장에서 손 푯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다른 클리앙 이용자는 “별건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죄명도 잘 모르겠다”며 “이 현실의 냉기. 구치소 앞의 탄식.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나라가 1년 만에 후진국이 됐다. 너무 비통하다”는 댓글이 달렸고, 100개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송 전 대표 구속을 위해 검찰이 강압수사를 통한 억지 증거를 모았다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쓴이는 “제가 직접 들은 건 아니고, 다른 사이트에서 봤다”며 “불려 가서 강압 조사받은 지인이 사업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위 증언했다고 울면서 송 전 대표에게 전화했다는데, 그런 것들도 증거로 봤나 보다”라고 했다.

이 글에는 “검찰이 또 사람을 죽였다” “검사들도 똑같이 죽어 나가야 한다”며 검찰을 향한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10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 규탄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여 있는 모습. 유 부장판사는 18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뉴스1

구속영장을 발부한 유 부장판사를 향해 “판사 누구냐. 탄핵해야 한다” “이제는 판사 탄핵의 시간”이라며 탄핵을 언급하는 이들도 많았다. 유 부장판사를 향한 비난 댓글을 달았다가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죄송하다. 댓글 수정하겠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클리앙에는 “유창훈 판사와 이재명 대표 닮지 않았나. 장래 대법원장 감이다” “쉽지 않았을 결정한 판사님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유 부장판사를 두고 네티즌끼리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송 전 대표 지지자는 “돈봉투 갖고 구속하기 어려우니 후원한 사람들을 탈탈 털었다”며 “끌려간 사람들이 정치인도 아니고, 일반인들이라 벌벌 떨면서 허위 증언했다. 그걸 바탕으로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한 판사와 같은 사람이다. 혹시 우리 편이 정말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닐까? 같은 생각은 안 하냐. 함정에 빠졌다는 확신만 가득하냐”는 반박이 나왔다.

돈봉투 수사의 시작이 된 녹취록의 주인공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구속이 집행정지 됐다는 소식을 두고 송 전 대표의 지지자는 “검찰에서 뭔가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남편상이라고 기사에 나온다. 장례는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댓글이 달렸다.

유 부장판사는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뉴스1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650만원을 당내 의원 및 지역 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의원용 돈봉투가 살포된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직접 기업인의 공장을 방문한 직후 먹사연에 후원금 송금이 이뤄지는 등 송 전 대표의 만남 전후로 후원이 이뤄진 정황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장판사는 지난 9월 검찰이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이후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유 부장판사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혐의없음 처리했다.

법원 관계자는 “관련 자료와 심문 내용을 토대로 구속 요건에 따라서 치우침 없이 판단한 것으로, 특정 성향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판사 개인에 대한 선을 넘은 비판에 대해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되는 등 법원 내부에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