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검찰 차량에 타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송영길(탈당)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전날 구속된 데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도부는 송 전 대표에 대해 “이미 탈당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당 내부에선 최대 20명의 현역 의원이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돈봉투 리스크가 현실화된 데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구속 여부와 관련해 무대응하는 것으로 사전에 입장을 정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 “송 전 대표는 지금은 탈당해 개인의 몸”이라며 “민주당에서 공식 입장은 없다. 재판에 들어갈 텐데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민주당 의원 20명이 돈봉투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 현재까지 수수 혐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3명 정도다. 나머지 17명에 대한 수사 향방에 따라 지뢰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임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서 확인된 건 정확히 없어 단정 짓기 어렵다”고 했다.

당내 비명계 그룹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전직 대표가 돈 문제로 구속됐다면 엄청난 일”이라며 “우리가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켰고, 국민들이 보기에 적극적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느낌은 안 줬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도 “20명 정도의 현역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곧장 이어진다면 이는 총선 공천 문제와 직결된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이고 국민은 정체성을 잃은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통합 비대위’ 설치를 거듭 주장했다.

반면 친명으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이날 “당대표를 지낸 사람을 이렇게까지 탄압하고 이게 꼭 구속까지 갈 사안인가”라며 “검찰 공화국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김민석 의원은 “대한민국 최대 과제는 검찰 독재 종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586 운동권의 씁쓸한 윤리적 몰락을 목격한다”며 “부패한 꼰대 혹은 청렴 의식은 없고 권력욕만 가득한 구태가 오늘 그들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구태 정치에 매몰될 대로 매몰되어 죄가 죄인 줄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