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신원 미상 남성에게 습격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국내 극단 정치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해법 역시 결국 ‘정치의 복원’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치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먼저 나서고 야당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 대표가 원내 다수당인 제1야당 대표가 된 지 1년이 넘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까지 이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의회 민주주의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그간 세월이 흘러서 그랬다면 마침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대통령이 병문안을 간다든지 해서 물꼬를 틀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대통령부터 야당을 만나 의견을 듣고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상생의 협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툭하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고 정부·여당은 툭하면 거부권과 수사권을 행사하면서 지지자들도 전쟁 상태가 됐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정치의 복원”이라며 “야당은 모든 것을 단독 처리하려 하지 말고 여당은 너무 손쉽게 거부권을 요구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윤여준, 정대철, 황우여

상대를 악마화하는 권력 투쟁이 상시적으로 벌어지는 의회의 관행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5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지만 지도부의 당론 투표가 만연해 있다 보니 극단적인 대결 정치 구도의 폐해가 벌어진다”며 “권력이 분산되고 분점되는 형식으로 나눠져야 한다”고 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국회 선진화법 이후 국회에서 폭력은 없어졌지만 ‘언어 폭력 국회’가 됐다. 지지자들은 이런 것에 영향을 받는다”며 “상대를 비판하더라도 표현이 긍정적이고 유머를 머금을 수 있도록 우리 정치 언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야권도 이 대표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민주당 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지지자들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만들어내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이 일상화되다 보니 우리 당 의원들도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느낄 지경이 됐다”며 “근본적으로 당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특정 지지자들만 대변하는 모습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3선 의원은 “(이 대표 지지자들인) ‘개딸’들은 ‘총알만 있으면 ○○를 죽여버리고 싶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민주당 정치인들이 나서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지도층이 정치를 복원하지 못하면서 극단 지지층의 폐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대표 피습에 대해서도 여권 지지층에서는 ‘자작극’ 주장이 나오고, 야권 지지층에서는 ‘배후설’ 음모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과거 이를 치유하거나 중재했던 종교계나 시민 단체도 최근 ‘정치 실종’ 시대에는 각각 진영 논리에 빠져 권력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요즘 소셜미디어 정치는 ‘나만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탈진실(Post Truth)의 시대”라며 “상대를 경멸하고 찔러 죽이는 ‘검투사 정치’를 보면서 국민들이 자기도 모르게 ‘딥 러닝(심층 학습)’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선거 승패 결정은 결국 중도층이 한다”며 “정치 지도자건 지지자건 자기편 일부의 극단적 언행이나 발언을 막아야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