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거리지대공미사일 '천궁-Ⅱ'(M-SAM2) 체계 구성./방위사업청 제공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4조원대의 천궁-Ⅱ 국산 요격미사일이 수출된다. 국방부는 6일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한·사우디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한국 LIG넥스원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간에 체결한 천궁-Ⅱ 10개 포대 32억달러(약 4조2500억원) 규모의 계약 사실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엔 UAE와 35억달러(약 4조65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은 무기 도입 계약을 비공개로 하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공개된 것도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중동 지역을 순방 중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에서 칼리드 빈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방위사업청과 사우디 국방부 간 ‘중장기적인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식도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신 장관은 “미래 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방산 협력 파트너십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고, 칼리드 장관도 “사우디와 한국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국방·방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도 이번 천궁-Ⅱ 수출에 큰 도움을 줬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당시 윤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리야드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 장관의 사우디 등 중동 3국 방문은 지난해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에서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오른쪽부터), 칼리드 빈 후세인 알 비야리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차관, 모하메드 빈 살레 알 아텔(Mohammed bin Saleh Al-Athel) 사우디 군수산업청(GAMI) 부청장이 천궁2 계약 서명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2.6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는 인접국인 예멘 내 후티 반군의 로켓, 탄도·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공격 위협을 받고 있어 방공 무기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브하 공항이 후티 반군의 자폭 드론, 순항미사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사우디는 그동안 미국제 패트리엇 PAC-3, 사드(THAAD) 미사일 등으로 후티 반군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해왔다.

하지만 미사일 1발당 가격이 사드는 150억원, 패트리엇 PAC-3는 40여억~60여억원에 달해 가성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천궁-Ⅱ는 1발당 15억~17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가 천궁-Ⅱ를 추가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사우디가 도입할 천궁-Ⅱ 전체 규모는 10조원 가까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산 중거리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Ⅱ'(M-SAM2) 발사 장면. /방위사업청 제공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우리나라의 천무 다연장로켓(MLRS)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 통신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천무 체계를 도입하는 8억달러(약 1조6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는 교전통제소와 3차원 위상배열레이더, 수직 발사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발사대 1기당 미사일 8발이 탑재돼 있다. 최대 요격 고도는 15㎞로, 패트리엇 PAC-3 최대 요격고도(20㎞)보다 조금 낮다. LIG넥스원이 생산 중인 천궁-Ⅱ의 최고 속도는 마하 5로, 길이는 4m, 무게는 400㎏이다. 2017년 시험 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