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나오던데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저녁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한 뒤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을 시작했다. 한 위원장의 연설 장면을 영화에 담은 이유를, 김덕영 감독이 직접 밝혔다.

김 감독은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봤다. 영화 건국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작년 필리핀에서 영화 ‘건국전쟁’에 등장하는 토지개혁에 관한 부분을 취재하고 있을 때 한 가지 흥미로운 자료가 등장했다”며 “한 위원장의 토지개혁에 관한 강연 내용이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던 작년 7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 정책강연에서 “농지개혁 덕분에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 농지개혁으로 만석꾼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이병철, 최종현 회장 같은 영웅들이 혁신을 실현하고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이를 두고 “아마 1960년 4·19 이후 대한민국 국무위원으로서 이승만의 공적을 높게 평가하는 첫 번째 발언이었지 않나 싶다”며 “형식적인 의미보다 더 중요한 건 그의 발언이 지니는 무게였다”고 했다. 그는 “한 위원장의 말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실제로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기적과 같은 경제 발전의 원인을 토지개혁의 성공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 누가 해냈는가. 영화 ‘건국전쟁’은 그 주인공이 바로 이승만 대통령이었음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래서 한 위원장의 말이 고마웠다”며 “그의 연설 장면을 영화에 넣은 것도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만든 김덕영 감독. /이신영 기자

김 감독은 지난달 국민의힘 당사에 찾아가 영화 시사회 초대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에게 초대장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이후 당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전날 한 위원장이 ‘건국전쟁’을 봤다는 기사를 접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가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제가 영화에 나오던데요’라고 첫마디를 던지는 모습에서 한동훈 특유의 솔직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그가 잘 되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는 건 현실 정치의 가장 유력한 차세대 대권 주자로서 이승만의 순수한 애국심을 그가 가슴에 간직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비대위원장실 관계자들과 영화 관람을 마친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농지개혁을 언급했다.

“제가 나오던데요?”라며 웃은 한 위원장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고, 공과 과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결정적인,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제대로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으신 것, 그리고 제가 굉장히 감명깊게 생각하는 농지개혁을 해낸 것.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