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의료 개혁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의대 2000명 증원 문제에 대해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통일된 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하면서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통일된 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의대 증원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도 조건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국민, 의료계, 정부 등 3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51분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고 “국민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 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전공의 이탈이 7주째 접어드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KBS에 출연해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다”라며 “2000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성 실장은 “다만 오랜 기간 동안 절차를 거쳐 산출한 숫자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한다고 갑자기 1500명, 1700명 이렇게 근거 없이 바꿀 순 없다”며 “합리적 조정안을 제시해 주면 낮은 자세로 이에 대해 임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37차례에 걸쳐 의료계와 협의해 왔다며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도 없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의료계가 정권 퇴진을 언급하는 데 대해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통령 담화에 대해 “정부의 이전 발표 내용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 실망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