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접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스1

29일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 대문 앞에 ‘친애하는 친구 무함마드 대통령이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명박’이라고 영문으로 쓴 환영 피켓이 걸렸다. 태극기와 아랍에미리트(UAE) 국기도 나란히 게양됐다. 오후 2시 44분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도착하자 이 전 대통령은 한복 차림의 부인 김윤옥 여사, 꽃다발을 든 손자·손녀와 함께 마당으로 마중을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이 “반갑다 이 사람”이라며 인사를 건네자 무함마드 대통령은 “신이시여(Oh my God), 마이 프렌드”라고 웃으며 포옹했다. 이 전 대통령은 55분에 걸친 환담이 끝났을 때도 가족과 함께 대문 밖으로 나와 배웅했다.

두 사람은 중동 문제부터 미국 대선,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박용석 이명박재단 사무국장은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추진한 무함마드 대통령의 선견지명을 이 전 대통령이 높게 평가했다. 앞으로도 UAE가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오늘 오전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할 때 아크 부대원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며 이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며 “UAE 국민도 아크 부대원들을 보면서 한국을 형제 국가처럼 느낀다”고 화답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배경이 된 아크부대(UAE 군사훈련 협력단)는 이명박 정부였던 2011년 처음 파견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9년 한국이 UAE 최초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전 수주가 프랑스로 거의 낙점됐을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아부다비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5일간의 시도 끝에 통화에 성공하자 이 전 대통령은 왜 한국이 수주 적임자인지 설명했고,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일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신의 뜻’ 아니겠나”라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원전 건설로 시작된 양국의 협력 관계는 경제·교육·안보 등의 분야로도 확대됐다. UAE가 1970년대 이후부터 외국에 내주지 않던 아부다비 유전 개발권도 한국이 가져갔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2010년 방한했을 때 우리 특전사의 대테러 훈련을 참관한 뒤 “이런 부대가 우리 UAE군을 훈련시켜주면 좋겠다”고 했고 이는 아크부대 파병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UAE를 방문했을 때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묻고 안부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그는 이날 만남에 앞서 UAE 왕실 요리사가 만든 연어·양고기 등 13가지 음식을 이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선물로 보내며 남다른 우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무함마드 대통령의 초청으로 두 차례(2014·2016년) UAE를 방문했다. 이날 8년 만에 재회한 무함마드 대통령은 “조만간 가족과 함께 UAE에 또 와 달라”고 재차 초청했다고 한다. 이명박재단은 “타국 현직 정상이 퇴임한 지 10년이 넘은 전직 대통령을 만나자고 요청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두 분의 각별한 우정이 앞으로 한-UAE 협력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