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 물체가 서울 인근 상공에서 식별돼 군 조치 중.’ 서울시는 지난 6월 1일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를 알렸다. 북한이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쓰레기와 가축 분변 등 오물이 담긴 풍선 약 1000개를 날려 보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오물풍선 살포가 ‘반공화국 삐라(전단)’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밝혔다. 더불어 “대북전단 살포가 재개되면 100배의 오물풍선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토록 강경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지난 5월 10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날려 보낸 대북전단 때문이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인천 강화도에서 대북전단 30만장과 K팝, 트로트 동영상 등이 저장된 USB 2000개를 풍선에 담아 북한에 보낸 바 있다. 이날 단체가 날려 보낸 대형 풍선에는 ‘“민족도, 삼천리금수강산도 아니다. 대한민국 불변의 주적일 뿐”이라는 김정은, 이 자야말로 불변의 역적, 민족의 원쑤일 뿐!’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달렸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핵 미사일,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아니에요. 비원비(미군 전략폭격기 B-1B)가 뜨는 것도 무서워 안 해. 사기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과 진실이거든. 우리는 사실과 진실 그대로 말하는 거야.”

지난 6월 4일 서울시 송파구 한 공원에서 만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8년 탈북한 그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대북전단 살포에 앞장서면서 북한으로부터 수차례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날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도 두 명의 신변보호 경찰관이 동행했다.

박 대표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또다시 대북전단을 올려 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주간조선과의 인터뷰 이틀 뒤인 지난 6월 6일 오전 1시경 다시 한번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인터뷰 당시 ‘때마침 미국 교포들로부터 후원금을 전달받았다’며 꺼내 보였던 1달러 지폐 뭉치도 전단에 동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1달러 지폐가 희귀해 암거래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행운을 가져온다며 지갑에 넣고 다니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를 계기로 대북전단에 대한 찬반 여론이 불거진 데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우리는 타이레놀(진통제)과 사랑을 보냈다. 북한으로부터 오물을 뒤집어쓰고 온갖 치욕과 모욕을 당하고도 김정은이 옳으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날 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를 결정한 데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탈북민단체로 알려져 있다. 어떤 단체이고, 회원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정식 회원으로 등록된 분은 대략 800~900명 정도다. 탈북민 4만5000명에 비해 많은 규모는 아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03년도부터 시작됐다. 제가 창립하고 만든 단체인데, 만으로 20년 정도 됐다. 주 목적은 북한에 대북전단 보내기다. 과거 우리 국군에서도 1960년대부터 2004년까지 수억 장의 삐라를 북한에 보냈다. 나도 1992년도에 (북에서) 받아봤지만, 우리 단체에서 보내는 대북전단은 그와 다르다. 냉전시대 때처럼 흑색선전, 심리전을 하기 위한 전단이 아니다. 전화도 못하고 인터넷도 안 되니 탈북자분들이 부모형제들에게 편지를 쓰는 거다. 내가 평양에서 살았을 때 조선노동당이라든가 김일성, 김정일은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 불모지, 생지옥'이라고 했는데 우리(탈북민)가 직접 와서 보지 않았나. 목숨 걸고 자유세계에 온 우리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사는지 부모형제들에게 보내는 사실과 진실의 편지다. 전단 내용 중에는 '진짜 용이 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소책자도 있는데,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발전 역사 등이 수록돼 있다. 김연아도 나오고, 삼성전자, 현대차도 나온다. 우리 언론에 나와 있고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진실 그대로 보내는 거다."

- 그간 단체에서 여러 번 대북전단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횟수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내용물을 보냈는지 알려 달라. "세어본 적 없지만 한 해에 아무리 못 보내도 열댓 번씩은 보냈다. 특정한 기업이나 기관, 재단에서 예산을 받는 것이 아니라 후원에 의해 하는 것이라 매년 달랐다. 후원이 좀 들어오면 더 많이 보내고, 안 들어오면 못 보냈다. 나도 서울에 온 지 오래라 북한 상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중국 국경 지역에서 저쪽(북한)에 있는 사람들과 직접 통화를 한다. 소위 '휴민트'다. 근황도 묻고, 뭘 보내면 좋을지 물어봐서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보낸다. 노래는 트로트, 특히 임영웅씨 노래와 나훈아씨 '테스형' 노래를 보내면 엄청 좋아한다. 드라마는 '겨울연가'를 좋아한다. 최근 나오는 한국 드라마는 사회·문화 수준, 인식에 차이가 있어 북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순수한 사랑, 로맨스 같은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겨울연가'다."

- 북한에서 보낸 오물풍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단체에서 3년 전까지만 해도 대북 전단을 한 장도 안 보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타이레놀과 비타민C, 마스크를 보냈다. 마스크 14만장은 국내에서 후원받았지만, 타이레놀은 미국에 네 번이나 가서 호소한 끝에 후원을 받아왔다. 당시 개인이 약국에 가면 열 알밖에 살 수 없을 때였는데, 미국에서 교포분들이 대용량 포장 제품을 8000통이나 보내왔다. 우리는 약과 사랑을 보냈는데 북한은 오물과 쓰레기를 보냈다. 야만적 행위다. 역사상 전대미문의 행위다."

- 북한은 지난 6월 2일 오물풍선 살포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남측에서 대북 전단이 살포되면 '100배로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류 양아치도 낯 뜨거운 일이다. 내가 한 사람을 죽이고 검사 앞에서 '나를 법적 구속하거나 법적 제재를 가한다면 100명 죽이겠다'고 하면 검사가 '다행입니다' 해야 하나. 대한민국에 오물 쓰레기를 뒤집어씌우고 이제 와 우리(대북전단 살포 단체)에게 공을 넘겼다. 그러니 나도 '김정은이 우리 5000만 국민에게 오물을 보낸 것을 정중히 사과하면 대북전단 잠정 중단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한 거다."

- 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논의되고 있는데.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재개해야 한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과 진실이다. 또 240마일 DMZ상에 북한 10~20대 군인들이 60만~70만명 나와 있다. 이들에게 계속 한류를 불어넣어야 한다. '우리 자유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입니다' 하고 알려야 한다. 북한은 '나가자, 싸우자, 충성하자' 하는 군가밖에 없다. 적개심과 증오를 자유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북한 체제가 겉으로는 군사적으로 강력하고, 김정은을 중심으로 뭉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철통 같은 국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완전히 반대의 경우다. 지나치게 강해서 급소를 툭 치면 부러지는, 꺾이는 시스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은 낮지만, 오늘 보니 대북 정책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북 정책은 이렇게 해야 한다. 비록 탄핵됐지만 대북 정책을 가장 용기 있게 잘 했던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찬반 여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데, 여론조사를 해봤느냐고 묻고 싶다. 북한으로부터 오물을 뒤집어쓰고 온갖 치욕과 모욕을 당하고도 김정은이 옳으냐고 묻고 싶다. 우리가 선진국 국민이 맞고 자존심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 북한 사람들만 수령의 노예인줄 알았더니, 우리는 전체 국민이 집단적으로 스톡홀름증후군(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되어 인질범을 옹호하는 현상)에 빠진 것 아닌가. 대북전단을 보냈기 때문에 6·25가 일어나고, KAL기가 폭파되고,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범죄의 원인은 김정은인데 나에게 다 뒤집어씌우려는 것 같다. 김정은의 범죄 행위에 대해 분노하면 그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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