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자기 당 의원들을 국회 상임위원장으로 단독 선출한 지 하루 만에 곧바로 상임위 가동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전날 밤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상임위 등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국회 운영에서 야당이 독주하고 여당은 이를 보이콧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22대 국회는 윤석열 정권 청문회 국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임위를 즉시 가동해 현안을 살피고 필요한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그는 또 “당장 부처 업무보고부터 요구하고 불응 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며 “필요한 사안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대정부 질문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이날 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 김현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임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과 KBS 이사진 임기가 오는 8월 끝나는데, 민주당이 그 전에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학회와 업계 유관 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주는 방송 3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의도란 말이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 재추진 등을 위해 12일 법사위 전체회의도 소집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첫 전체회의에서 이미 재발의한 해병대원 특검법을 심의할 예정이다.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청래 의원은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심의를 “가장 빠른 시일 안에 할 생각”이라고 했다. 법사위 소관인 검사 탄핵 심판 대리인단도 교체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안동완, 12월에는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때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탄핵소추위원을 맡고 법률 대리인단을 구성한다. 탄핵 소추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꾸린 탄핵 소추 법률 대리인단이 검사 탄핵 심판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보고 다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자기들이 추진하려는 쟁점 법안을 빠르면 3일 이내에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방송3법, 해병대원 특검법 이외에 전세사기특별법, 민생회복지원법(전 국민에게 25만~30만원 지급) 등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 때문에 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21대 국회보다 더 자주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여당 몫으로 남겨둔 일곱 상임위 위원장 인선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줄 때 (나머지 7개 상임위 위원장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강유정 원내 대변인은 “13일까지 7개 상임위 위원장도 선출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뽑기로 하고 후보자도 이미 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회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민주당 의원이 맡게 된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22대 국회는 윤석열 정권 청문회 국회가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상임위에 들어와 정부를 방어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상임위별로 정부 부처에 업무 보고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부처에 대해서는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국회 상임위는 국정조사·국정감사 이외에 주요 안건 심의를 위해 청문회를 열고 증인·참고인을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