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정상회담을 마친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정상회담을 열고 전쟁 등 유사시에 양국이 상호 지원을 하도록 규정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과 협정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통해 양국 중 한 곳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이는 두 나라 중 한 곳이 전쟁 상황에 처하면 다른 나라가 자동 군사 개입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은 1961년 구소련과 북한 간 체결됐다가 구소련 해체 이후인 1996년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북·러 관계가 28년 만에 군사 동맹 수준으로 격상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정은은 이날 “(양국이)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획기적’ 협정으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수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으며, 새 협정 내에서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는 협박의 말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제재에 맞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도 개정돼야 한다”며 “한·미·일 군사훈련의 확대는 평화를 약화시키고 지역 안보를 위협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약 2시간 동안 일대일 회담을 갖고 협정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모두 발언에서도 북·러 밀착을 과시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어떤 복잡 다난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러시아 지도부와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긴밀히 하면서, 러시아의 모든 정책들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북·러 관계를 ‘최고조기’ ‘최고 전성기’로 표현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지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에 사의를 표하며 “차기 북·러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북·러 관계의 군사동맹급 격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에 전략 무기 배치를 제안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 차관은 북·러 정상회담 직전 공개된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파트너 국가들과 장거리 무기 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