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25일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을 계속 날리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오물 풍선 살포에 나선 이후 이날 밤 6차 살포를 감행한 것이다. 북한이 전날 5차 살포 때 띄운 350여 개 오물 풍선 가운데 100여 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 등지에 낙하했다.

국회 한복판에도 北 오물 풍선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인근 계단에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잔해가 떨어져 있다. /뉴시스

군은 이날 충남 보령에서 국산 다연장 로켓 ‘천무’ 실사격 훈련도 했다. 천무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한 한국군의 핵심 화력 무기다. 최대 사거리 80㎞로 고폭유도탄과 분산유도탄 발사가 가능하다. 분산유도탄은 300개의 자탄(子彈)을 쏟아내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오물 풍선 도발에 맞서 정부가 9·19 군사합의 파기를 천명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강력한 대북 경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군은 북한이 지난달 28일 오물 풍선 살포를 시작한 이후 대응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면서도 북한 대응을 살펴가며 탄력적으로 대응해왔다. 지난 9일 접경지에서 확성기를 통해 두 시간 동안 대북 방송을 틀었지만 북한의 후속 행동을 가늠하며 방송 재개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북한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6차 살포에 나선 만큼 접경 지역에서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본격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5㎞ 떨어진 표적 향해 유도탄 48발 발사 - 육군이 25일 충남 보령 웅천사격장에서 실시한 다연장로켓 천무 발사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군은 천무 7대가 55㎞ 떨어진 표적을 향해 유도탄 48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육군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감사 전문을 이날 자 노동신문 1면에 실었다. 푸틴은 전문에서 “이번 국빈 방문은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의 관계를 전례 없이 높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며 방북 기간 김정은의 환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푸틴은 북한·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러시아 매체를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방북 때 김정은과 단둘이 시간을 보낸 ‘친교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북한 특유의 의전 방식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번처럼 웅장한 규모(grand scale)는 기대하지 못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푸틴은 전문에서 김정은을 향해 “당신은 러시아 땅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귀빈”이라며 거듭 모스크바 초청 의사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김정은의 러시아 답방이 “모든 필요한 조건이 충족돼 문서에 서명할 기반이 마련됐을 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북·러 정상회담 직전 김정은을 ‘동지’라고 불렀던 푸틴은 이날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라며 호칭의 격을 높였다. ‘동지’를 뜻하는 러시아어 ‘토바리시치’는 옛 소련 시절 공산당원들끼리 사용한 호칭으로 소련 붕괴 이후엔 러시아에서도 공식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한다. 푸틴이 김정은을 ‘동지’라고 부른 의도에 대해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의 관계를 과거 소련 시대 혈맹 수준까지 복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