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대표 SNS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0일 엑스(옛 트위터)에 “전화, 문자 그만 좀… 시도 때도 없는 문자, 전화는 응원과 격려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수십 년 써 온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모양”이라고 썼다. 대상자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일명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피로감도 반영된 것이란 말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개딸은 이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선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때부터 대거 당비를 납부하고 권리당원이 되면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했다. 스마트폰 예약 문자 기능을 활용해 특정 시각에 문자메시지를 뿌리는 방법도 동원했다.

특히 지난 대선 패배 직후에는 “친문이 선거를 돕지 않아 선거에서 졌다”며 친문 의원들에 대한 집중 공격이 이뤄졌다.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전 대표는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을 통해 이를 제지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재명 전 지사가 ‘의원들에게 문자가 대량으로 발송된다고 하는데, 하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면목이 없으니 자제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내달라’고 전해왔다”며 “지지자들께 자제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후 ‘수박(비이재명계) 색출’ 등이 계속됐다.

반대로 이 전 대표가 ‘문파(문재인 지지자)’에게 집중 문자 공격을 받던 때도 있었다. 이 전 대표가 당내 비주류였던 문재인 정부 시절, 그는 “눈 감으면 아무것도 없다”며 “(휴대전화 번호를) 1000개쯤 차단하면 (비난 문자가) 안 들어온다고 한다”고 했다.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부터 문파들은 비문계 정치인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다. 현재 개딸 문자 폭탄의 ‘원조’인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그런 행동을 ‘양념’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이번 ‘문자 자제 호소’를 두고 민주당 관계자는 “개딸들의 절대적 지원은 이 전 대표의 ‘무기’지만, 제어할 수 없는 무기라 본인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평소 ‘당원 중심 정당’, ‘당원의 적극 의견 개진’을 강조한 터라 먹힐진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