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윌러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한·일 정상이 만난 건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뵙고 다시 또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다”며 “기시다 총리와 저의 견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며 협력의 성과를 쌓아가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적, 경제적 밀착을 가속화 해나가는 움직임은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나날이 엄중해지는 국제 안보 상황 속에서 우리 양국이 3년 연속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 일원으로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그 전략적 함의가 매우 크다”며 “한·일 양국이 나토 회원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결코 북대서양의 안보와 동북아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우방국들과 단합된 대응으로 확인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우리 양 정상이 견고한 신뢰 관계와 전략적인 문제 인식을 공유하며 이렇게 긴밀히 논의·공조하는 것은 뜻깊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불가분한 관계에 있으며, 이번에는 나토와 우리 인도·태평양 파트너와의 공조를 깊게 하는 장”이라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 북한 정세 등 최근의 안보와 국제적 제반 과제 중심으로 솔직하게 의견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양국 정상의 회담은 약 35분간 이어졌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독일·캐나다·네덜란드·스웨덴·체코·핀란드 정상과 만나 연쇄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 정상과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 의지를 확인했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양자회담에서 한국은 각국과 경제 협력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첫 회담 상대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한 파트너이자 가치 공유국인 한국과 독일이 양자 협력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 공급망 교란, 기후 위기 등과 같은 글로벌 현안에서 공조를 더욱 긴밀히 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때 합의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양국 간 반도체 대화와 반도체 아카데미가 개최됐다”며 “내년에는 삼성-ASML R&D센터가 착공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가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