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뉴스1

여당이 내부 싸움에 몰두하면서 연금 개혁 등 핵심 국정 과제·정책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막바지 연금 개혁안을 거부한 데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법안은 3건 발의됐는데, 모두 야당 의원들이 냈다. 여당 의원 중 관련 법안을 낸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금 개혁을 주도하는 여당 의원도 눈에 띄지 않는다. “22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겠다”(추경호 원내대표)는 약속이 무색한 상황이다.

21대 막바지인 지난 5월 여야는 현재 9%인 내는 돈(보험료율, 소득 대비 보험료를 내는 비율)을 13%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현재 42%인 받는 돈(소득대체율, 소득 대비 수령액 비율)은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다가 21대 국회 막판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4%를 제시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정치권에서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여당은 “구조 개혁을 빼놓은 채 보험료율·소득대체율만 바꿀 수 없다”며 거부했다. 실제 이유는 당시 해병대원 특검법 표결을 막기 위해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탓이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3년 후인 2027년에는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연금 급여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당장은 운용 수익으로 부족한 보험료 수입을 메울 수 있지만, 2041년부터는 보험료 수입과 운용 수입을 합해도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적립금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2055년에 모두 소진된다. 21대 국회 타협안을 여당이 받았다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64년으로 미룰 수 있었다. 2093년까지 발생할 적자도 3738조원 감소시킬 수 있었다. 하루 1484억원씩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셈으로,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5월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따지면 6조3800억원에 달한다.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여당은 21대 국회 내내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폐기물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다며 이 법의 통과를 주장했으나, 21대 국회 막판 야당이 합의를 해줬음에도 법안 통과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도 소관 상임위 위원장을 여당이 맡고 있음에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