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KBS가 생중계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5차 방송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公訴) 취소’ 논란과 관련해 설전을 이어갔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나선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전날 4차 방송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는 나경원 후보가 자신에게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한 사실이 있다고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4월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국면에서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 물리적 충돌로 나 후보를 포함한 여야 의원이 무더기로 기소된 사건이다. 한 후보가 발언 하루 만에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으나 이날도 후폭풍이 이어진 것이다.

나경원 후보는 주도권 토론 때 다른 세 후보에게 “(박성재 현) 법무부 장관에게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요청하는 걸 당론으로 정하자는 데 찬성하느냐”고 물었다. 윤상현·원희룡 후보는 “찬성한다”고 했다.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이 (공소 취소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하자 나 후보는 “여전히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검사이신 것 같다”며 “(담당 검사가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하는 것 자체가 우리 의사를 표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 나 후보는 “(문재인 정부 때 패스트트랙 사건을) 기소한 것이 맞았느냐” “우리가 처벌받는 게 맞느냐”고 한 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 대해 방향성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겨서 (논의)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도 주도권 토론 때 “잘못된 기소에 대해선 바로 잡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법무부 장관은 그냥 사건을 다루는 관리일 뿐이다? 이게 과연 동지가 맞는가”라고 했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의 임무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고통받는 보좌진 등에 대한 당의 지원이 부족했는데 저는 적극적으로 먼저 해결하면 사법적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 장관이 당과 동지적 관계로서 임무를 수행했어야 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 후보가 “당대표는커녕 당원으로서의 자격이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라고 하자 원 후보는 “많은 당원들이 이런 생각으로 들끓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나경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대상으로 집중 질문하는 ‘주인공 토론’ 코너에서도 패스트트랙 논란을 집중 공격했다. 나 후보는 “보복 기소, 잘못된 기소를 다시 잡아달라는 요청을 사적 청탁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이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라고 하자 한 후보는 “그렇게 개인적인 사건, 본인(사건 당사자)이 직접 관련된 사건을 그런 식(비공식)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얘기할 수 없다. 그건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나 후보가 “본인 관련 사건이라고 했나. 제가 저를 (공소 취소) 해달라고 했나”라고 반문하며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27명이 기소됐다. (여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과 같이 공소 취소(를 요청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발언 시간 종료로 두 사람의 토론은 여기서 끝났다.

이후 한 후보는 추가 발언 기회를 얻어 “아까 제가 말했던 ‘개인적인 사건’은 바로 잡겠다. 사건의 당사자가 그렇게 비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게 잘못된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나 후보 포함해 당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둔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원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당대표 후보들의 모습. 왼쪽부터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대회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서울시의회 간담회에 참석한 한동훈 후보. /연합뉴스

반면 한동훈 후보는 원희룡 후보에게 “과거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탄핵이나 탈당을 요구했는데 어떻게 지금은 본인이 탄핵을 잘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원 후보는 “그런 과정에서 정말 깊은 교훈을 얻었다”며 “특히 여당일 때 당과 정부가 충돌하면 공멸한다는 것, 다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 그런 교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패스트트랙 논란을 제외하곤 전날 토론회에 비해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후보들은 원전 정책, 핵무장, 고물가·고금리 대책, 임금 차등 지급 등 정책 토론이나 당정 관계 방향, 수도권·호남권 공략 대책 등에 대한 토론을 나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두고 당 안팎에 과열 우려가 큰 상황이라 후보들이 더 이상의 상호 비방을 자제하자는 공감대를 이룬 것 같다”며 “밤 늦은 시각에 진행된 토론회 일정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