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전 진출을 확정한 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에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지난 17일과 19일 한국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으로 시작하는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 교가였다. 이 학교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8강에 이어 4강에 오르자 관례에 따라 경기장에서 교가를 틀었고 NHK는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교가에 나오는 ‘동해’는 한국 기준 동해를 뜻한다. 이 바다의 공식 일본 명칭은 ‘일본해(日本海)’다. 일본 공영방송이 자국 영해(領海)를 다른 나라 기준에 따라 부르는 장면을 방영한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 비난이 일었다거나 NHK에 항의가 쇄도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한국어를 못 알아들어서라고 보기도 어렵다. NHK는 일본어 자막에 ‘동해’를 ‘동쪽의 바다’라고, 사실상 그대로 번역해 내보냈다.

교토국제고의 선전(善戰)을 계기로 NHK에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동해’란 단어와 이에 대한 일본인들의 무심한 태도를 보면서 지난 광복절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돌아보게 됐다. 역시 공영방송인 KBS는 이날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틀었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오페라 1막에 나오는 일본 전통 혼례 장면에 일본 국가(國歌) 기미가요가 배경으로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광복절에 웬 기미가요인가’라는 시청자 비난이 빗발치자 KBS는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서둘러 사과를 했다.

한국과 일본 국민의 정서를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식민지 역사를 기억하는 한국 국민은 일본과 관련한 사안에 훨씬 예민하고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광복절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를 튼 KBS의 무신경함도 비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유럽 거장의 대표적 오페라에 기미가요가 잠시 나온다고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경제 수준이 이미 일본을 따라잡았고, 무엇보다 문화적으론 일본을 앞질렀다는 세계의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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