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2023.12.29/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이 30일 국가 발전을 위한 어젠다, 민생, 정치 개혁 등을 내달 1일 열리는 두 사람의 첫 양자 회담 의제로 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반대에도 민주당이 회담 의제로 삼자고 주장하면서 막판 변수로 떠올랐던 의정(醫政) 갈등 문제는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고 양측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박정하·민주당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은 30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대표 회담 의제와 형식 등을 발표했다. 회담은 내달 1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3층 접견실에서 90분 내외로 진행하기로 했다. 양당 대표가 7분씩 모두 발언을 한 뒤 양당 정책위의장, 수석 대변인이 배석하는 ‘3+3′ 비공개 회담을 한다. 모두발언은 한동훈 대표가 먼저 하기로 했다. 이해식 비서실장은 “원내(院內) 공식 의사 일정이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먼저 하겠지만, 여야 대표 회담의 경우 집권 여당이 먼저 하는 게 맞아서 저희가 양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회담 후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앞서 한 대표가 제안한 ‘회담 생중계’는 이 대표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정하(왼쪽) 국민의힘 비서실장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비서실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동훈-이재명 대표 회담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박·이 비서실장은 국가 발전 어젠다, 민생, 정치 개혁 등 회담 의제와 관련해 “큰 카테고리로서 (3대 주제를)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발전을 위한 어젠다의 경우 한동훈·이재명 대표가 저출생 해결, 미래 성장 동력 모색 등을 세부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 의제와 관련해서는 금융투자소득세·상속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개편, 가계·자영업자 부채 부담 완화, 물가 안정 대책 등을 논의하고 정치 개혁 의제와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한·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 등에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밖에도 “양당이 기존에 제시했던 6가지 의제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충분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양측은 밝혔다. 국민의힘은 여야 대표 회담 조율 과정에서 정쟁 중단, 민생 회복, 정치 개혁을 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었고,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민생 지원금 지급법, 지구당 부활을 의제로 올리자고 했었다. 박정하 비서실장은 “(실제 회담에 들어가면 의제를) 제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양당 대표가 관심 있는 사안들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해소 방안 등은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이 대표가 마주 앉게 되면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당 워크숍에서 “생명과 건강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외면하겠나. 얘기 안 할 수 없는 주제”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한 대표가 지난 25일 정부와 대통령실 측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중재안으로 제시한 뒤 관련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해식 비서실장은 “(민주당은) 의료 대란을 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모든 부문에서 열려 있는 대화를 할 것이기 때문에 의료 대란 문제도 충분히 다뤄지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다만 박정하 비서실장은 “의정 갈등 문제는 국회에서 법·예산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므로 공식 의제로 다루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의료 개혁을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