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21일 회동에서 윤 대통령이 한 말을 22일 공개했다.

◇ “문제 인물, 소상히 적어 알려달라… 잘 판단해보겠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대통령실 안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 있는 인사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정리했던 사람”이라며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서 “누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이야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지 않으냐”며 “소상히 적어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했다.

◇ “김 여사 활동, 이미 줄였고 더 자제할 것”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서는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이미 (활동을)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활동을 자제하는 것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직 영부인들의 관례에 근거해서 (김 여사) 활동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이제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 “가족 문제 있을 때 편하게 빠져나오려 한 적 없어”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대통령실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절차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이미 일부 의혹의 경우에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의혹을 수사하려면 객관적인 혐의나 단서가 있어야지,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문제가 있으면 수사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한 대표에게 “나와 오래 같이 일을 해봐서 알겠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을 때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이 있느냐”며 장모가 감옥에 간 사실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검찰총장 때도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멀리하고, ‘변호사를 써서 해결하라’고 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 “바꿔야 할 것 이야기해주면 필요한 조치 취할 것”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의 ‘3대 요구안’ 전반에 관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해주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자세한 내용을 보내달라”고 했다.

◇ “어처구니없는 의혹 대응, 당도 같이 싸워달라”

윤 대통령은 또 한 대표에게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가 있다)”며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 (야당이) 말이 안 되는 공격을 하면, 당도 적극적으로 (대통령실과) 같이 (야당을 역으로) 공격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치 공세에는 정치로 대응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 “정부 성공시켜야 당도 성공”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면담 막바지에 “당정이 하나가 되어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 당을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오늘의 위기는 정치적 위기, 정치 상황의 위기”라며 한 대표에게 “과감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으면 정무수석에게 하고, 당정 간 소통을 강화해나가자”고 말했다.

◇ 비서실장 “제2부속실 내달 초 운영”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에 배석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말은 거의 하지 않았고, 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 비서실장은 다만 김 여사 활동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제2부속실 설치에 관해서는 한 대표에게 “11월 초쯤이면 운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