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여론조사 비용 불법 조달 의혹 등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자신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라고 밝힌 강씨는 “(지난) 대선 때 저희가 조사를 81번 했고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측에) 돈을 받아온다고 했는데, 돈을 안 받아오고 대신 김영선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강씨 주장이 명씨 등으로부터 들은 ‘전언(傳言)’에 의존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강씨는 명씨가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2022년 6·1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당선되자 회계 담당 보좌진으로 일했다.

강씨는 이날 국감에서 명씨가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 등을 통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도왔고, 윤 대통령 측에 조사 비용을 받는 대신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김영선 전 의원을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게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강씨는 그 근거로 자기가 명씨, 김 전 의원과 각각 통화한 녹음 파일 15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명씨는 강씨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누가 주냐. 김건희 여사가 ‘선생님(명씨) 그거 하라’고 줬는데”(2023년 12월 3일) “(김 여사가) 명 선생이면 황금이(명씨 막내딸) 책임지라 했거든”(2023년 6월 1일)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도 강씨와 통화하며 “나는 내가 뭐 알고 한 건 아닌데 어쨌든 명태균 득을 봤잖아”(2023년 5월 23일) “깨(까)놓고 얘기해서 명태균이가 바람 잡아가고 윤 대통령을 돕느라고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거기다 썼잖아”(2023년 5월 2일)라고 했다.

강씨는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가 줬고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당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 힘을 합쳐서 의창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만들고 나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씨는 2022년 4월 2일 강씨와 통화에서 “이준석이가 공표 조사나 비공표라도 (김영선이) 김지수(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걸 가져와라. 그러면 전략공천을 줄게 이러네”라고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김 여사와 명씨의 개별 통화를 직접 들은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강씨는 “‘(김 여사가) 오빠 전화 왔죠?’라고 한 것은 정확하게 들었는데, 나머지는 육성으로 정확하게 기억나는 게 없다”고 했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 사이에 81차례에 걸쳐 대선 여론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명씨가 말했다는 게 강씨 주장이다. 이 업체에서 일했던 강씨는 2022년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른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당선되자 그의 회계 책임 보좌진으로 일했다. 지금은 김 전 의원으로부터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강씨는 명씨가 대선 여론조사에 들어간 3억7500만원을 받으려고 2022년 3월 21일 윤 대통령을 만나러 서울에 갔다는 기존 주장을 이날도 되풀이했다. 강씨는 명씨가 비행기를 이용해 서울에 갔다며 항공권 내역을 국회에 제출했다. 명씨는 당시 서울에 간 적이 없다면서 강씨 주장을 부인했었다.

강씨는 명씨가 여론조사를 어떻게 했느냐는 의원 질의에 “보정(補正)이 아니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명씨와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치권 인사 25명 목록도 민주당 의원을 통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강씨는 “(명씨와 김 여사가) 영적(靈的)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명씨와 김 여사가 처음 만난 게 2021년 서울 서초동의 한 갈비집인데 “김 여사가 명씨를 봤을 때 조상의 공덕으로 태어난 자손이라고 말했다”고 명씨가 말하더란 것이다. 강씨는 “명씨가 윤 대통령 같은 경우는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기 때문에 ‘장님 무사’라고 했고, 김 여사는 예지력이라든지 주술 능력은 있지만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해서 장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는 의미로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씨는 또 “명씨가 ‘꿈자리가 사나운데 비행기 사고가 날 것 같다’고 김 여사에게 조언해 (김 여사가) 해외순방 출국 일정을 바꾼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돌아가셨을 때 윤 대통령이 조문을 생략했던 것,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앙코르와트에 가지 않은 것들도 다 명 씨와 관련되느냐”는 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질의에 “맞다. 명씨에게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김 여사가 명씨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이 정도로 친한 게 사실인가”라고 묻자 강씨는 “그건 오늘 처음 들었다”면서도 “김 여사와 명씨가 친밀한 건 맞는다”고 했다. 이날 강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진행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명씨와 강씨의 사이가 틀어졌기 때문에 강씨 주장의 신빙성이 낮다고 했다. 강씨는 명씨와의 관계와 관련해 “3월 초에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그 뒤로 연락을 안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