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요. 러시아는 지난달 군사훈련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0만이 넘는 병력을 배치했어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막기 위해서래요. 나토는 러시아가 속해 있던 옛 소련 등에 대항해 미국·서유럽 등이 만든 집단방위기구예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훈련 장면을 공개했고요. 소련이 해체된 지 30년이 돼 가는데 왜 이런 갈등이 벌어지는 걸까요?
독립국가들의 연합이 최초의 소련
러시아는 1917년 혁명으로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가 됐어요. 그러자 옛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던 여러 지역과 민족이 각각의 독립 국가와 자치 공화국을 세웠어요. 이들은 1922년 12월 12일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3국과 군사·경제적 연합을 하기로 했죠. 이 연합은 15개의 공화국, 20여 개의 민족자치공화국, 8개의 민족자치주, 10개의 민족자치구로 구성된 연방으로 발전했습니다. 최초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즉 소련이 탄생한 거예요.
소련의 몸집이 커지자, 자본주의 국가들은 동맹을 맺어 소련을 견제하기로 했어요. 1949년 미국·영국·프랑스 등 12개 국가가 별도의 기구를 만들고 국제 군사동맹을 맺었죠. 이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의 나토예요. 이에 맞서 폴란드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 8곳도 소련을 앞세워 1955년 군사동맹을 만들었어요. 바르샤바 조약 기구예요.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의 냉전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죠.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 소련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합니다. 경직된 계획경제 체제 때문이지요.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따른 막대한 재정 지출도 문제였죠.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도 함께 나빠졌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개혁·개방을 표방하는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1985년 3월 취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고르바초프가 집권하자 소련에 소속된 공화국과 소수민족은 독립을 요구했어요.
결국 1991년 12월 8일,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정상의 결정으로 소련은 70년 역사를 뒤로한 채 15국으로 쪼개지게 돼요. 이후 같은 달 21일 옛 소련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 12국은 독립국가연합(CIS)을 만들어 경제적 협력을 하기로 합니다.
친러·반러의 대립
하지만 이 국가들이 모두 사이 좋게 지낸 것은 아니었어요. 러시아는 CIS 가입국과 충돌을 빚기 시작합니다. CIS 국가 내에서도 러시아에 우호적인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누어졌기 때문인데요.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였어요. 이곳에서는 드네프르강을 기준으로 친서방 성향이 강한 서쪽 지역과 친러 성향의 동쪽 지역 간 분쟁이 일어났어요. 2014년에는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됐어요. 크림반도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와 합치기로 결정했거든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도 러시아와의 합병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각 지역 군대가 충돌하며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다른 국가도 상황은 비슷했어요.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은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을 큰 위협으로 느꼈대요. 그래서 2004년 나토·유럽연합에 가입했어요.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죠. 특히 에스토니아 당국은 수도 탈린에 있던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비와 추모탑을 2007년 철거했어요. 이에 러시아계 주민은 극렬한 반대 시위에 나섰고, 경찰이 강경 진압하면서 유럽연합이 나서 중재까지 했죠. 2015년 발트 3국은 미국에 안전 보장을 요구하며 나토군이 자국에 영구 주둔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러시아는 불쾌감을 드러냈고요.
현재 러시아의 영토 내에서 자치공화국 형태를 유지하는 체첸공화국에서는 소련 해체 후 러시아로부터의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내전이 발생했어요. 그러자 러시아는 군대를 이끌고 체첸을 침공했죠. 러시아에 대한 항전 문제로 체첸 내의 사회적 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어요. 2003년엔 대통령에 선출된 친러 성향의 아흐마트 카디로프가 피살되기도 했죠. 체첸은 러시아에도 중요한 곳이에요. 많은 석유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죠. 카스피해의 석유를 러시아와 흑해 연안으로 공급하는 송유관이 지나는 곳이기도 해요. 만약 체첸이 독립하면 러시아는 석유를 옮기는 대가로 거액의 통과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죠.
생존의 길 찾는 옛 소련 국가들
이렇게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들은 러시아와 협력 또는 반목을 거듭하며 생존의 길을 찾고 있어요. 설립 취지는 좋았지만, 현재 CIS의 정기 모임을 갖는 곳은 9국밖에 없어요. 2005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이, 2008년에는 조지아가 탈퇴하고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에는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탈퇴를 했죠. 특히 1999년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강한 러시아’를 주장하며 집권한 이후 충돌 빈도는 잦아지고 있어요. 러시아가 주변국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현재 러시아는 시베리아 극동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미국은 이 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응해 옛 소련에 속해있던 유라시아 대륙 내에서 친서방 루트를 개척하고 있어요. 이에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우즈베키스탄 등의 유라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러시아와 관련된 여러 이름]
러시아 이름은 바이킹을 지칭하는 그리스어 ‘루스’에서 비롯됐어요. 바이킹은 노를 젓는 작은 배를 타고 좁은 물길 사이를 다녔죠. 그리스 사람들은 이들을 ‘로스’ ‘루스’라고 불렀어요. 9세기쯤 바이킹의 지도자 류리크는 발트해 근처에 살던 슬라브족의 요청으로 이곳으로 건너와 최초의 왕조를 세웠어요. 이 나라가 ‘루스’로 불렸대요.
우크라이나 지역은 원래 13세기까지 러시아의 중심지였어요. 하지만 모스크바로 중심지가 이동하면서 변방 취급을 받았대요. 그래서인지 ‘우크라이나’의 어원은 ‘변방에 위치한’이라는 뜻의 러시아어에서 찾을 수 있대요. 크림반도의 ‘크림’은 요새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요.
조지아는 원래 국가 명칭이 러시아식 ‘그루지야’였지만 러시아와 갈등으로 인해 영어식 ‘조지아’로 바꿔 부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