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 MADEX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경항모 모형. 영국 퀸엘리자베스급 항모와 비슷한 형태에 중형 항모에 가까운 크기로 주목을 받았다. / 유용원TV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각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에 가열되고 있는 한국형 경항모 (CVX) 수주 경쟁에 대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6월9∼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1)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처음으로 공개한 한국형 경항모 모형이었는데요, 두 회사 모두 대형 모형을 만들어 공개하는 등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영국 퀸 엘리자베스급 중형 항모 빼닮은 현대중공업 경항모 모형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현대중공업의 경항모 모형이었는데요, 이를 본 상당수 전문가들과 군사 마니아들은 “정말 3만t급 경항모가 맞나?”라는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경항모 형태와 다르고, 크기도 경항모를 능가하는 중형 항모급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 MADEX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대우조선해양의 한국형 경항모 모형. 만재 배수량 4만5000t급으로 F-35B 스텔스기 16대 등 총 22대의 함재기를 탑재한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한국형 경항모는 2조300억원의 예산으로 국내에서 설계·건조해 2033년쯤 실전배치될 예정인데요, 기준(경하) 배수량 3 만t급, 만재 배수량 4만t급으로 길이는 260여m, 폭은 40여m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현대중공업 경항모는 길이 270m, 폭 57m에 달했습니다. 비행갑판 면적도 30%나 넓어졌다고 합니다. 현대중공업 경항모의 만재 배수량은 4만t급으로 5만t급 미만이라는 게 업체측의 공식적인 설명입니다. 하지만 크기가 예상보다 커져 실제는 만재 배수량 5만t급 이상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항모에 무인기, 무인함정 운용 공간도 마련

이에 대해 업체측은 “함재기 댓수가 줄어든 만큼 비행갑판을 넓혀 전체 기준 배수량에는 변함이 거의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항모에 탑재되는 함재기는 고정익기인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기와 헬기를 합쳐 20여대입니다.

현대중공업 항모 모형의 가장 큰 특징은 함수에 6만5000t급 중형 항모인 영국 퀸 엘리자베스급과 같은 스키점프대를 설치했다는 점인데요, 갑판도 좌우폭을 키워 퀸 엘리자베스급과 비슷한 형태가 됐습니다. 보통 1개인 함교(아일랜드)가 2개로 분리돼 있다는 것도 퀸 엘리자베스급을 빼닮았는데요,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오르내리는 승강기도 좌·우현에 각각 1개씩 둬 적 공격으로부터 유리하게 설계했다고 합니다. 함미에 무인기와 무인함정 운용 공간을 마련한 것도 특징입니다.

수상함정과 잠수함 건조에서 현대중공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대우조선해양이 공개한 모형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유사한 직사각형 형태입니다. 길이 263m, 폭 47m로 기준 배수량 3만t급, 만재 배수량 4만5000t급이라고 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별도의 모형을 통해 함재기를 함내에 보관하는 방법도 공개했습니다.

◇이탈리아 경항모 조선사와 연합 전선 구축한 대우조선

비행갑판 밑의 격납고에 F-35B 스텔스기 10여 대를 지그재그로 적재하는 형태인데요, 이런 방식으로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 16대, 헬기 6대 등 총 22대의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 중의 하나는 대우조선해양과 이탈리아의 대형 조선사 핀칸티에리가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인데요, 두 회사는 전시회 첫날 항모 개념설계 기술지원 업무협약식을 열었습니다. 핀칸티에리는 우리 경항모 모델중 하나인 이탈리아 경항모 카보우르와 트리에스테를 건조한 회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또 설계에서 ‘소티(sortie·항공기 출격 횟수)’ 생성률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는데요, 소티는 일정 시간 내 전투기 출격가능 횟수를 의미합니다.

◇예상보다 커진 경항모에 예산 추가부담 등 우려도

경항모 사업은 연구용역과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연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업비가 반영될 경우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타당성과 효용성 등을 놓고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이번 전시회에서 당초 알려진 것보다 큰 경항모 모형이 등장한 데 대해 앞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군 당국은 경항모 사업에 함재기 비용을 합쳐 5조~6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일각의 우려와 지적을 잘 반영해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