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7월5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일본은 안보법 관련 규정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은 5년 전 다른 나라에 대한 무력 침공이라 하더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존망 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보 관련법을 개정했죠. 아소 부총리는 “대만에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존망 위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미국과 공동으로 대만을 방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중정책의 근본적 전환
요즘 대만 문제는 일본의 최대 관심사죠.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직후 나온 성명서는 1969년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라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도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안보는 일본 안보와 직접 관련돼 있다”고 했죠.
하지만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대놓고 말하진 못했습니다. 1972년 중국과 국교 정상화를 하면서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중일 공동성명에 서명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막말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아소 부총리가 강연 자리를 빌려 속내를 드러내 버린 거죠. 영국 더타임스는 “일본 대중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중국은 분노했습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대단히 잘못되고 위험한 발언으로 중일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어떤 국가도 대만 문제에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경제의 생명선
아래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만 해협은 일본에 생명줄 같은 곳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원이 절대 부족한 일본은 중동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죠. 이 석유와 천연가스가 들어오는 길목이 바로 대만 남부의 루손해협입니다.
또 이 경로로 일본의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해외로 수출되죠. 일본 대기업 상당수가 동남아 국가에 부품 공급망을 두고 있는데, 이런 부품 역시 이 경로로 들어옵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해 이 일대 제해권을 장악한다면 일본 경제는 중국의 인질이 될 수 있겠죠. 이 해역을 피해 필리핀 남부로 돌아가면 물류비가 25% 가량 증가한다고 합니다.
◇아시아 패권 경쟁 승부처
2006년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에서 나온 논문을 보니 미국이 2차 대전 말기인 1945년초 일본 본토의 항전 의지를 꺾기 위해 홍콩 앞바다와 대만 해협 등지에서 전략 물자를 싣고 본토로 향하는 일본 선박 48척을 공격해 침몰시킨 사실이 언급돼 있었습니다.
대만을 통일한다면 중일 간 아시아 패권 경쟁은 사실상 승부가 나는 거죠. 중국으로서는 갚아야할 빚도 있습니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맺은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대만을 일본에 할양해야 했던 적이 있죠.
대중 무역의존도가 20%에 이르는 일본이 중일 관계 좌초를 각오하고 대만 방어 의지를 밝힌 데는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7월1일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다시 한번 대만 통일 의지를 강하게 밝혔죠.
하지만 미·일 연합군의 군사력은 막강하고, 이미 이런 상황에 대비한 합동작전 계획도 거의 다 짜놓았다고 합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전운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