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둘레길은 언제 가도 좋더군요. 무엇보다 도심에서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금방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야생화가 있어서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요즘에도 노루오줌·개맥문동·참나리·하늘말나리 등 온갖 야생화들이 만발해 있습니다. 심산유곡보다 남산둘레길에 더 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남산둘레길은 한 바퀴 도는데 약 7.5km입니다. 저는 남산케이블카 입구에서 들어서 한 바퀴 도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샛길이 많아 좀 헷갈릴 수 있는데, ‘남산둘레길’ 화살표를 찾으면서 따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 남산둘레길 안내판.

지금 남산둘레길 대세꽃은 왕원추리입니다. 주황색 왕원추리는 요즘 도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간간히 꽃잎이 여러 겹인 겹왕원추리도 볼 수 있습니다. 왕원추리는 중국 원산으로 관상용으로 들여온 것인데, 한강시민공원 등 넓은 터에 대량으로 심어 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산수국도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많이 졌습니다.

남산둘레길 왕원추리.
남산둘레길 겹왕원추리.

남산둘레길에서 왕원추리 다음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노루오줌입니다. 꽃 이름에 오줌이 들어가 있지만 꽃 자체는 연분홍 꽃대에 솜처럼 피어 있는 것이 눈길을 확 잡을 정도로 예쁩니다. 뿌리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옛날에는 노루가 살 만큼 깊은 산골에 피었는데 요즘은 원예종으로 개량해 화단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남산둘레길 노루오줌.

맥문동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고, 대신 개맥문동이 하나 둘씩 꽃 피기 시작했습니다. 개맥문동은 꽃자루가 맥문동보다 짧고 꽃색이 연한 보라색이거나 흰색입니다. 꽃도 빡빡하게 달리는 맥문동에 비해 성글게 달리는 편입니다.

남산둘레길 개맥문동.

미국자리공은 공터 등 사람 손을 탄 곳에서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조금 있으면 작은 포도송이처럼 검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 겁니다. 한때 미국자리공이 오염의 지표식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염된 지역에서도 잘 자랄뿐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습니다.

남산둘레길 미국자리공.

특이하게도 남산둘레길에서는 해마다 하늘말나리를 볼 수 있습니다. 이금이의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나오는 그 꽃입니다. 하늘말나리는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돌려나는 잎들이 있는 나리를 가리킵니다. 화단 근처에서 자라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자생한 것은 아니고 누군가 심은 것이 해마다 꽃피는 것 같습니다.

남산둘레길 하늘말나리.

남산만 아니라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나리는 참나리입니다. 참나리는 잎 밑부분마다 까만 구슬(주아·珠芽)이 주렁주렁 붙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꽃에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 반점이 많아 호랑무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참나리의 영문명은 ‘tiger lily’입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리.

큰까치수염(큰까치수영)은 남산만 아니라 여름 산행 길이면 거의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흰색의 작고 예쁜 꽃송이들이 모여 수염처럼 생긴 멋진 꽃차례를 만듭니다. ‘수염’은 길게 늘어난 꽃차례 모습이 수염 같다고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큰까치수염(큰까치수영).

으아리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으아리는 아래 사진처럼 한 꽃자루에 달리는 꽃 수가 10~30개로 많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한 꽃자루에서 꽃이 1~3개씩 적게 달리는 것은 외대으아리입니다.

남산둘레길 으아리.

비비추도 많이 피어 있습니다. 요즘 공원이나 화단에 작은 나팔처럼 생긴 연보라색 꽃송이가 꽃대에 줄줄이 핀 꽃이 비비추입니다. 꽃줄기를 따라 옆을 향해 피는 것이 비비추의 특징입니다.

남산둘레길 비비추.

둘레길 옆 연못엔 수련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수련은 물밑 진흙 속에서 싹을 틔우고 가는 줄기를 물 위에 띄우고 커다란 말굽 모양의 잎들을 수면에 올려 놓습니다. 수련의 잎은 딱 게임 팩맨의 입처럼 생겼습니다. 암술머리가 노란색이고, 꽃색은 흰색, 붉은색, 분홍색 등으로 다양합니다.

남산둘레길 수련.

삼잎국화도 곳곳에서 노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삼잎국화는 잎이 여러 갈래(3~7갈래)로 갈라져 있고 꽃 중심부가 반구형으로 불룩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좀 있으면 비슷하게 생긴 뚱딴지가 피기 시작하는데, 뚱딴지는 잎이 보통 잎처럼 긴 타원형이고 꽃 중심부가 평평한 편입니다.

남산둘레길 삼잎국화.

딱총나무는 요즘 붉고 선명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서 눈에 잘 띄는 나무입니다. 산에 가면 비교적 흔히 볼 수 있지만 공원이나 화단에 심기도 하고, 공터 같은 곳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딱총나무라는 이름은 줄기 속이 비어 있어서 꺾으면 ‘딱’하고 ‘총’소리가 난다고 붙은 것이라고 합니다.

남산둘레길 딱총나무 열매.

귀룽나무 열매는 검게 익어갑니다. 귀룽나무는 5월에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이기 때문에 확 눈길을 끌지만 여름에 검게 익는 열매도 볼만합니다. 귀룽나무는 서울 안산이나 북한산·청계산 등 계곡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귀룽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아래 사진처럼 꽃차례 아래쪽에 잎이 달렸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7월의 서울 남산둘레길에서 볼 수 있는 꽃과 열매를 알아보았습니다.

남산둘레길 귀룽나무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