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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스타트업 힐링페이퍼, 그러니까 그 유명한 강남언니의 창업자를 만났습니다. 10대~20대 여성회원만 164만명을 둔, 한국 성형외과 3곳중 1곳이 입점한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인 강남언니, 심지어 창업자는 연대 출신의 의사입니다. 82년생. 투자 유치 금액은 200억원 이상요.

한국 사회에서 이보다 더 ‘힙한 젊은 창업자의 조건’을 맞출 수 있을까요. 드라마 주연 배우 설정도 아니고 말입니다. 쫌아는기자들 1호는 홍승일 창업자의 프로필을 보고, 강남언니를 공부하는 인터뷰 준비 과정에선 확고한 선입견이 생겼죠.

톰 브라운 셔츠가 잘 어울리는데다 날렵한 뿔테를 끼고 의사 특유의 지적인 말투에다 친절함, 게다가 수백억원대 부(富)를 일군 스타트업 창업자의 날카로움.

홍승일 창업자의 등장과 활짝 웃는 미소를 보는 순간, 모든 선입견은 1초만에 사라졌습니다. “저 퍼머했어요. 잘 어울리나요. 인터뷰한다고 해서 신경 쓴건데요. 오랜만에 면도도 했습니다. 사진 기자는 안 오신 거죠. 미장원 들리려고 했는데 사진은 따로 안 찍는다고 해서 그냥 오긴 했는데요. 요즘은 자연인 같다는 말을 많이 듣긴하는데요.”

편견을 깨는 소탈함 그 자체였습니다. 2시간 가까운 인터뷰의 끝무렵엔 “이런 친구가 내 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런걸 반전이라고 하나요.

강남언니는 센세이션한 마케팅으로 단숨에 강남의 가장 힙한 스타트업으로 등장했다. /힐링페이퍼 제공
쫌아는기자들 1호가 찍은 홍승일 창업자. 곱슬머리가 아니라, 최근 퍼머했다고 한다. /성호철 기자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사업개요

강남언니라는 이름, 너무 도발적이지 않나요?

‘언니에게 물어봐’라는 컨셉트인데, 박기범 공동창업자가 지었어요. 팀원이 만장일치로 기가 막히다며 찬성했어요. 사실 강남언니 이전에 몇차례 실패를 거듭하면서 느낀게 있어요.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거요. 꼭 필요한 사람한테 간절하게 잊혀지지 않는 서비스를 하자는 생각요. (강남언니가 편견을 부를 수도 있지만) 솔직히는 당시 (실패에) 악에 받쳐서, 싫어하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어요.

성형이란게 되게 절박한 영역이예요. 부모님이 말린다고 안하고,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하고 그런 영역이 아니예요. 저희는 몰라서 안 쓰는건 이해하지만 강남언니가 뭔지 알면 무조건 쓸 수 밖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겁니다.

강남언니가 내세운 “언니없이 하지마”는 결국은 누구에게 눈치보면서 하는게 아니라, 성형은 꼭 내가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성형 수술 부추키거나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악이 받힐 정도의 실패요?

2012년 7월에 힐링페이퍼를 창업했고, 첫 매출이 나온 게 2015년 8월입니다. 3년 1개월간 매출 빵원이었어요. 창업자들은 월급 안 가져갔고, 개발은 외주 줬구요. 디자이너 직원분께는 월급 드렸구요. 당시는 매출 빵원보다 우리가 뭘 만들어도, 고객들의 반응이 안 와서 쉽지 않았습니다. 암, 당뇨 등등 참 많이 했다가 실패했어요.

힐링페이퍼 법인 만들고 창업할 때가 의대 본과 3학년이었어요. 그 전에 본과 1학년 방학때 의전원 시험 정보 사이트를 만들어서 성공한 경험이 있어요. 무려 2만명이 썼죠.

본과 2학년 때는 출판사를 만들었어요. 의대생들도 메가스터디 학원을 다니는데, 성인 교육 시장이라 학원 수강료가 비싸요. 과목당 50~60만원만원요. 많게는 10과목도 넘게 들어야해요. 핵심은 문제 풀이인데, 메가스터디는 문제집은 파는데 정답과 해설은 안 팔았어요. 꼭 수강을 해야하는 구조인 셈이죠.

근데 그 나이에 막상 학원다닐려니 창피했어요. 정답과 해설이 있는 독학 문제집을 만들자고 했더니, 무려 연대와 서울대에서 17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이렇게 재학 중에 엉뚱한 일하다가 본과 3학년때 건강 관리 앱을 만들자고 했고, 그게 창업입니다. 그때는 시작하면 엄청난 성공을 하고 유명세를 탈 줄만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 않았던 거죠. 연대 의대에는 당시 두 달 정도 학생들에게 뭐든 하고 싶은 일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어요. 외국 가서 국경없는 의사회같은 활동을 하거나, 제약회사에서 일해보거나요.

그 두달간 스타트업 준비했고, 그게 힐링페이퍼입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신청했는데 합격했고, 그 조건이 풀타임입니다. 결국 휴학하고 법인 만들었죠.

모든 한국 부모님의 꿈은 의사 아들이라는데 그런 아들이 휴학하고 창업을 했네요.

집안에 무적의 논리가 하나 있었어요. 어렸을때 영화감독 되겠다고 친구들과 캠코더 들고 다니면 부모님은 “그래도 안정적인 길을 가야한다”고 해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 당신께서 하고 싶은 일 못하고 사시면서 희생하는게 우리 형제들 원하는 삶,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잖아요”란 논리죠. 부모님은 자영업하셨어요. “부모님이 희생하고 헌신하는건, 너희들 주체적으로 살라”는 것. 물론 그러다가도 금방 불끈 “왜 그러냐”고 말씀은 하시지만요.

창업 멤버엔 저 말고도 의대생 2명이 더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업하고 계속 매출 빵원이었고 한 친구가 먼저 학교로 돌아갔죠. 돌아간 친구는 영상의학과, 톱 클래스죠. 성적이 굉장히 좋아서, 공부해놓은게 아까웠을거구요. 지금은 군의관이예요.

좋은 친구라서,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다시 얽힐 것 같아요. 아까 본과 2학년때 출판사 17명이 같이 했다고 했잖아요, 그때 일해보니, ‘같이 일하고 싶은 친구’였어요. 그런 사람 찾기 정말 힘들잖아요. 저는 사실 공부도 셋 중 가장 안 좋았고, 어차피 의사로서도 톱은 어려웠을 겁니다.

/성호철 기자
강남언니 사무실 곳곳에 붙여진 경영철학. /성호철 기자

◇”언니에게 물어봐”라는, 도발적인 브랜딩 ‘강남언니’

당초 창업팀의 아이템은 성형이 아니고 암환자의 페인포인트 해소였죠.

처음엔 암 환자의 롤링페이퍼에서 따워서, 환자 가족 의료인이 함께 만든 치유의 기록, 그리고 신뢰받을만한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목표였어요.

그 다음은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는 분들의 식습관 관리, 그 다음은 갑상선 질환자를 위한 서비스... 다 잘 안됐어요.

대학때 만든 사이트 매각해서 겨우 디자이너 분 월급을 줬고, 창업자들은 월급 가져가지도 못했죠. 본래 창업할 때만 해도 ‘감당하지 못할 만한 성공’을 하고 유명세를 치룰까 고민했었는데요. 창업땐 의대로 돌아갈 생각도 안 했죠. 마크 저커버그도 학교로 안 돌아갔으니까.

계속 실패했고 결국 돌아가, 의사자격시험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국시 준비하면서 다시 시작한게 강남언니입니다. 2015년 1월 국시 합격자 발표인데, 같은 달 강남언니 시작했어요. 시험 공부하면서 강남언니도 준비한거죠. 어차피 1등으로 국시 붙자는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하하.

국시 준비하면서 벤처캐피털도 만났고, 강남언니 출시하고 서너달뒤에 3억원 투자도 받았습니다.

강남언니는 이전 실패한 암, 고혈압, 당뇨, 갑상선과는 달랐습니다. 활성 유저가 올라가는 그래프가 너무 기뻤어요. 전에 다른 도전 때는 반응이 없었으니까요.

암이나 당뇨 고혈압 서비스를 낼 때마다, 그때는 ‘이거 난리 나겠군’하고 자신이 있었어요. 이렇게 큰 시장에서 조금만 해결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봤죠. 하지만 문제는 시장의 크기가 아니라,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대목이었죠.

실패의 연속에서 우린 배우고 계속 피벗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급여와 비급여를 기준으로, 엄청 큰 급여 시장에서 이것저것 다해봤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의료 영역은 해결한다고 하기엔 막연했죠.

그때 배운건, 어떤 변화를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대목이죠. 고혈압과 당뇨 다음에 갑상선에 도전한건, 갑상선은 30대 여성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예요. 그것도 실패하곤, 먼저 받아들일 세대 18~24세를 봤죠.

피부관리 시술은 경제력이 있는 30대의 시장이고, 더 젊은 고객들은 (성형) 수술이었어요. 거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비급여이면서 먼저 받아들일 고객이 있는 시장요.

강남언니는 매출 100억원이 넘고 회원수도 300만 넘죠. 성공의 느낌이 드나요.

비즈니스 모델은 100% 광고모델입니다. 작년에 매출 120억원입니다. 현재 성장하는 단계입니다. 적자는 10억~20억 수준입니다. 흑자에 안주하려면, 흑자 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중간에 몇달간 이익이 난 적이 있는데 그 숫자를 확인하고는 더 쓰자고, 성장에 배팅하자는 생각에 더 공격적으로 갔고, 적자로 회계연도를 끝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몸집 먼저 키우자도 아닙니다. 맞춰서 가는 수준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영원히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나이 드는게 늙는게 아니라, 성장이 멈춘 뒤부터 늙는 것 아닐까요. 애초에 적당히 이익남기고 행복하게 살자고 창업한 팀이 아니고, 우승 아니면 감독 교체라는 뉴욕 양키즈와 같은 창업팀입니다.

미용 의료 분야에서 병원과 의사 선택할 때 강남언니 말고는 생각나지도 않게 하자는게 목표입니다.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년도별 직원수

◇“문제는 얼마나 큰 시장에 도전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점이다”

해외서도 강남언니 붐이 일까요. 일본이 왠지 잘 맞을 것같은데.

한국에선 의료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수익은 광고 모델입니다. 수수료 모델은 불법입니다. 병원에 환자를 데려다주고 수수료 받는 행위가 불법이죠.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이 모델이 합법이라서, 이미 자국내 탄탄한 성형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곳들과 경쟁 중입니다.

참, 한국에서도 외국인 환자를 병원에 알선하는건 합법이고요. 내국인 환자만 불법인 셈이죠.

사실 안타깝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만 불법인 것들 좀 사라졌으면 합니다. 코로나 전에 원격 상담 서비스를 냈다가 폐기한 적이 있는데 일본과 중국은 이미 화상 의료 시장이 한참 앞서고 있잖아요. 우리도 고도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죠.

일본 시장 진출했습니다. 일본은 토리뷰라고 50만명 수준이고, 일본 강남언니는 28만명입니다. 토리뷰는 환자를 병원에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모델입니다. 일본 강남언니는 진출 4개월에 입점 병원 350곳을 확보해 현재는 토리뷰와 대등하게 크고 있고요. 하반기에는 일본에서 연예인 마케팅도 하고, 수수료 모델을 내놓을지도 고민 중입니다.

어쩡쩡한 1등말고, 압도적 1등을 원하고, 그 시기는 빨리 왔으면 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에서 강남언니가 ‘톱 오브 마인드’가 되는 날요.

성형 병원들이 모두 강남언니를 환영하는건 아니죠?

강남언니는 고객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서비스입니다. 보톡스 가격은 얼마인지 홈페이지에 고시하라해도 병원들은 잘 따르려고 하지 않잖아요.

일부에선 가격을 표시하는게 외려 의료에선 안 좋다는 의견도 없지 않습니다. 과다 경쟁은 퀄리트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환자에 안 좋다는 것이죠. 그런데 고객들은 좋은 의료 설비에서 좋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지 않을까요. 아니 본인이 직접 그런 정보를 알고 고르고 싶지 않을까요.

예컨대 의료 설비도 좀더 구체적으로 공개하는게 좋죠. 자동차라고 보면 구형 1대를 보유한 것과 최신형을 가지고 있는건 엄연히 다르고, 환자들은 최신 의료 설비인지 여부를 아는게 더 낫죠. 반대로 병원에선 좋은 설비를 갖추면 이걸 자랑하고 싶은데 이걸 하지 말라고 할 순 없지 않을까요.

사실 정보 비대칭을 깨는 강남언니는 많은 개원의들에겐 우군입니다. 잠재 고객들 사이에서 성형 대형병원들이 과대 평가되는 경향이 있어요. 눈도 잘하고 코도 잘하고 턱도 잘 깎고 이런 식으로 브랜딩해서 엄청 병원 키우거든요. 하지만 대표 원장님이 아무리 능력있다고 해도 본인이 하루에 100건씩 수술할 순 없잖아요.

생각해보세요. 눈수술만 하루 10번 하는 의사가 하루에 눈, 코, 가슴, 윤곽 등을 모두 한두번씩 하는 의사보다, 눈 성형은 확실히 잘하지 않겠어요? 강남언니같은 플랫폼에 이런 정보가 공개되면, 그들(대형 성형 외과)에 대한 신화가 없어질 겁니다.

강남언니가 기업화된 성형병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대형 병원은 이곳저곳에 광고를 하고 이미지를 포장하는데 반해 동네 병원은 할수있는게 입소문 정도입니다. 강남언니는 그런 입소문을 더욱 커지게 하는 역할입니다. “좋은 의료만 하시면, 우린 그 평판을 퍼트려드린다”는 컨셉트입니다.

◇“나이드는게 늙는게 아니라 성장이 멈추면 그때 늙는거다. 우승 아니면 감독교체, 뉴욕양키스 같은 창업팀”

사무실에 위스키 바가 있어요. 음주를 허용하나요.

딱히 허용한다 안 한다고 아니라, 한 직원분이 본인 판단으로 만든 겁니다. 그 정도는 그냥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게 강남언니의 기업문화입니다. 사전에 컴펌 받는다는 식이 아니구요.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틀리다는 맞다의 여집합이 아니라, 성공의 개념에 실패가 포함된 것이 아닐까요. 단 실패해도 좋은데 핵심 요소만 가지고 부딪쳐야한다는 거죠.

저희도 그렇고 대기업도 마찬가지일텐데, 99%까지 조사하고 검증하고 확신까지 가질 때까지 기다려서 실행해선 늦어지잖아요. 속도와 정확도의 밸런스를 찾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강남언니의 기업 문화는 사전에 컴펌하거나 하지 않는 겁니다. 우리가 원하는 목적은 10배, 100배인데 이걸 10% 개선으로 도달할 순 없습니다. 오직 자율과 몰두입니다.

공부로 비유를 하자면 5등을 하다가 4등을 하려면 문제 10페이지 풀던걸 11페이지 풀면, 1시간 더 열심히하면 될지 몰라요. 선생님 입장에서 잔소리하고 혼내면 할 수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100등하는 친구를 전국 1등을 만들려면 그걸론 부족합니다. 스스로 마음에 들어서 집중해서 공부하게 하는 방법말고는 없죠.

9년간 공동 창업자와 함께시죠. 절친과는 공동 창업하지 말라고 하지 않나요.

박기범 부대표와는 2010년 입학 동기이고, 같이 창업한지도 9년입니다. 학교 친구들과 결혼식 같은데서 만나면 “둘이 예전보다 덜 친해보인다”는 말도 듣고요. 하하. 저보다 술 한두잔 더 잘 마시는 친구고요.

같은 과에 120명쯤 있으면 꼭 한두명쯤 딴짓하는 친구가 나오잖아요. 통계적으로요. 그게 저와 박 부대표입니다. 그렇게 만났죠.

대학때 의대 수험정보 사이트했다고 했잖아요. 그때 광고 의뢰가 왔는데 ’50만원만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같이 가자고 했어요. 50만원 넘는 금액을 받으면 반반씩 하자고 하고요. 근데 박 부대표는 협상가선, “200만원 아니면 안됩니다” 이러는 거예요. 그때 알았죠. 사업하면 꼭 이 친구랑 같이 해야겠다고요.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실적
/성호철 기자
강남언니 사무실엔 위스키 바(위)와 노래방(아래)이 있다. 직원이 본인 생각에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고 꾸민 것이다. 공짜는 아니다. 카카오페이 등으로 결제해 노래를 불러야한다. 코로나 탓에 적자로 추정된다고 한다. /성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