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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와 짐바브웨 화폐는 메커니즘이 다르지 않습니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 권력은 가상화폐로 갑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쿠팡 상장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쿠팡 창업자와 초기 투자 기관들뿐입니다. 주식이 상장되기 전, 노동자와 이용자들은 쿠팡 주식을 살 기회조차 없었죠. 쿠팡 성장에 이들이 기여를 했는데도 불과하고요. 하지만 비트코인은 탄생 시점부터 연산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누구나 비트코인을 받았습니다. 주식도 장기적으로 가상화폐가 대체할 것입니다.”

김서준(37) 해시드 대표는 청바지와 반팔티, 운동화에 백팩을 메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인 김 대표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실천적인 지지자입니다. 서울과고,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그는 스타트업에 다니다 2015년 이더리움에 투자했습니다. 당시 이더리움의 가격은 개당 1달러 이하. 현재는 3000달러가 넘습니다. “한국에서 가상화폐로 가장 많은 번 인물”로도 꼽힙니다.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현금으로 바꾼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계속 들고 갈 생각이고, 자산 가치는 모두 팔기 전까지는 비밀”이라고 합니다.

2017년 블록체인의 스타트업을 키우는 엑셀러레이팅을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국내 최초의 블록체인 벤처캐피털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규모는 1200억원. 네이버와 카카오, 크래프톤이 이 펀드에 돈을 넣었습니다. 해시드는 VC 분야에서 블록체인-가상화페라는 새로운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인 셈입니다. (※ 인터뷰에서 용어는 가상화폐와 코인으로 통일했습니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 코인, 토큰 등으로 세밀하게 분류해 좀더 명확한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용어 사용은 혼동스러워 왜곡이 없는 선에서 통일했습니다.)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사진은 2018년 말 본지와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찍었던 모습이다.

◇쿠팡 성장엔 소비자의 데이터가 기여했다. 하지만 쿠팡 상장에 소비자 몫은 없다

가상화폐-블록체인 업계에선 해시드를 모르는 분이 없지만 일반인들에겐 거의 안 알려졌죠.

해시드가 해커 조직인 줄 아는 분도 있어요. 사실 그런 DNA가 좀 있지만요. 해시드는 프로토콜 경제를 만들어가는 회사들의 성장을 돕는 회사요. 프로토콜 경제를 설명하자면, 지금 현대 자본주의 경제 모델은 중재자들이 너무 많은 힘을 가져가고, 소수의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너무 많은 성장의 과실을 가져가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플랫폼도 중앙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참여하는 구조죠. 유튜브도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고, 우버도 직접 택시를 가지고 있지 않고, 에어비앤비도 직접 호텔을 가지지 않고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중앙화된 플랫폼의 한계가 점점 부각되고 있죠. 저희는 프로토콜 경제 모델을 잘 만들면 플랫폼 모델보다 강력하고 투명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고요. 프로토콜 경제로 변화하는 과정에 기여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토콜 경제, 여전히 생소하네요.

프로토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규칙입니다. 플랫폼은 승강장이고요. 컴퓨터 프로그램 용어로 프로토콜이 쓰이죠? 프로그램을 통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프로그램 코드도 프로토콜이라고 해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은 이유가 뭘까요. 모든 것이 프로토콜화되어 있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죠. A를 넣으면 B가 나온다는 완벽한 규칙, 그래서 프로그램은 제멋대로 동작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어요.

세상은 그렇다면 프로토콜화 되어 있을까요. 저희가 쓰는 플랫폼은요? 아뇨. 프로토콜이 거의 없어요. 굉장히 많은 것이 의사결정권자의 자의적인 판단과 욕심에 의해 기준이 바뀝니다. 유튜브, 우버, 쿠팡, 에어비앤비 이런 플랫폼 모두 수익이 분배되는 방식이 자의적이고 불투명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내년 승진할 수 있을까요? 아뇨. 보스가 예쁘게 봐줘야 해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파트너십? 프로토콜 아닙니다. 정치인의 공약도 프로토콜이 아니고요. 가설과 주장이죠.

만약 세상과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 조직이 작동하고 성장하는 방식을 컴퓨터 코드처럼 정리하고, 그 코드에 기반해 신뢰할 수 없었던 것들을 신뢰할 수 있어진다면요. 경제조직이 성장하고, 그 보상이 규칙에 따라 투명하게 제공된다면요. 비트코인은 해시레이트, 그러니까 연산에 기여한 정도를 블록체인을 통해 입증하고, 이에 따라 경제적 보상을 주는 프토토콜이에요. 비트코인은 마케팅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과일을 두면 초파리가 나타나는 것처럼 모두가 달려들었죠.

컴파운드 프로토콜이라는 가상화폐 금융시장이 있어요. 가상화폐를 컴파운드 마켓에 예금처럼 맡길 수 있고, 자신의 가상화폐를 담보로, 가상화폐 대출을 받을 수 있죠. 매일 예금자의 풀, 대출자의 풀을 계산해 예금과 담보 자산에 대한 이자율을 메기고, 주식처럼 가상화폐로 이자를 줘요. 자산구축에 기여한 만큼 주식을 나눠주는 셈이죠. 주인은 없고, 모두가 불만이 없죠. 이런 경제가 프로토콜 경제고, 메타버스에서 하나둘 나오고, 디파이를 통해 구현되고 있고요.

유튜브와 우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과 그 분배가 불공평하다는 주장인지요.

쿠팡 상장 이야기를 해볼게요. 수많은 노동자와 소비자들이 쿠팡의 성장에 기여했어요. 나스닥 상장 후 시가총액이 몇십조원이죠. 하지만 쿠팡의 노동자, 소비자들은 과연 쿠팡에 투자할 기회가 있었나요. 아니죠. 그 성장의 가치는 투자 기관과 창업자들, 소수의 사람들이 다 가져갔어요. 하지만 블록체인은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열어 누구에게나 참여를 보장해요. 비트코인 주식회사 들어보셨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비트코인에 연산 능력을 제공했던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받았고, 언제든 팔고 떠날 수 있었어요. 비트코인 10개로 피자 사먹었던 사람, 그 피자를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아서 갑부가 된 피자집 사장 이야기가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겁니다. 개방형 협동 조합 모델인 셈이죠. 주식회사도 상장된 이후부터 투자할 수 있지만, 상장 자체가 이미 다 성장한 다음에 돼요. 그전까지는 이 플랫폼에 참여자들, 심지어 직원들조차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었으니까요.

스톡옵션로 수억원을 번 직원들이 있지않나요?

스톡옵션 10명에게만 발행해도 재무팀이 수십개 서류에 도장을 찍고 검토합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만 1억명이 넘고, 페이스북 가입자는 20억명예요. 참여자의 기여 정도를 어떻게 투명하게 측정할 것인지도 이슈죠. 디지털자산, 그러니까 가상화폐가 아니면 이런 보상은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톡옵션이 아주 제한적으로 발행되죠.

앞으로 기업의 주식은 더 많은 경제 주체에게 나뉠 겁니다. 실제 우버는 드라이버에게 1년 수익금의 15%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에어비앤비도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주식은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결국 가상화폐로 대체될 겁니다. 실제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도 올 초 대담에서 “장기적으로 주식은 디지털 자산 형태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플랫폼 경제보다 프로토콜 경제가 낫다고 해도, 안 불편하면 누구도 갈아타지 않죠.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사고파는 시대가 올테니까요. 지금 소셜미디어, 모빌리티, 숙박 플랫폼에 내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유는 맞춤 추천 기능 덕분이죠. 나의 숙박 기록을 남기면 호텔 추천이 잘 되고, 택시 정보가 쌓이면 택시도 잘 불려요.

하지만 이런 편리함에 기반을 둔 로직들이 중앙화된 플랫폼을 성장시켰다면, 이제 서서히 균열이 발생하고 있어요. 먼저 불신요. 플랫폼 기업들이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갖고 불법적인 수익을 얻고 있어요. 이미 많은 다큐멘터리가 나왔기 때문에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미국과 유럽 같은 국가에서도 이 기업들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국가도 못 가진 데이터를 기업이 갖고 권력화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하나둘 생기고 있어요.

결국 모든 사람이 내 데이터를 가치를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겁니다. 내 택시 이용 습관 데이터를 내가 소유하고,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10년 안에 와요. 기업은 ‘나의 택시 이용 습관’ 데이터를 돈을 주고 사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내가 갖고 있으려면 암호화하는 기술, 블록체인이 필요하고요. 누가 내 택시 이용 데이터를 조회했는지, 불법적으로 내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았는지를 증빙할 수단이 되는 것이죠.

의료 데이터를 예로 들면 국민 1명이 1년에 평균 8번 병원에 가요. 그런데 자신조차 내가 어느 병원을 언제 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아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활용도 불가능하고요. 제약회사들은 내가 갔던 병원 데이터를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어할 겁니다. 그걸 팔아 수익을 올리고, 내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막을 방법. 그게 블록체인 기술이에요. 데이터 주권을 찾으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려요. 개인에게도 이득이 되고요. 해시드는 그걸 가능하게 할 기술을 만들 회사들에 투자하는 셈이죠.

◇1200억원 펀드로 투자, 블록체인 기술 산업에 불 꺼트리지 않는 역할

2017년, 해시드가 개최한 미팅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한 이더리움의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오른쪽 셋째)와 김서준 대표(맨 오른쪽). /해시드 제공

해시드가 프로토콜 경제의 등장에 어떤 역할을 하나요.

가장 직접적이고 큰 도움, 돈을 주는 것이죠. 프로토콜 경제와 탈중앙화에 기여하는 회사의 투자자가 됩니다. 패시브(수동적)하게 그냥 돈만 주는 투자자보다, 액티브한 투자자를 지향하고 있어요. 그걸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창업자들과 고민을 나누고, 좋은 디스커션 파트너가 돼서 협업하고요.

저를 포함한 해시드 창업멤버 셋은 모두 개발자 출신인데요. 백그라운드가 개발에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개발 모델을 설계해야 하는지를 조언해줍니다. 아주 구체적으로요. 돈은 투자를 통해 수익을 냅니다. 작년말 첫번째 VC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1호 펀드고요, 1200억원 규모예요. 이 펀드를 통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어요. 가상화폐에 직접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를 포함한 창업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있을 뿐이고요.

중요한 일은 블록체인 기술 산업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죠. 사무실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어요. 저희가 초기에 투자한 회사 직원 50여명 정도가 이곳에서 일합니다. 해시드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위한 액셀러레이터기도 해요.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아직 많지 않고, 취약하기 때문에 불이 꺼지면 싹이 죽어요. 이렇게 모여 있어야 대화도 많이 하고 시너지가 나요. 블록체인은 생태계가 중요해요. 블록체인과 프로토콜 경제는 레고 블록처럼 널려있는 곳곳의 코드, 프로토콜을 조립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입니다.

대기업들은 MOU나 계약을 맺으면 대표들끼리 악수하면서 사진 찍잖아요. 그건 서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PR을 하고 ‘우리가 이렇게 협업합니다’라고 알리는 일이죠. 하지만 프로토콜 경제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없어요. 수많은 코인들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코드를 수정해 만들었고, 다른 코드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개발 성과를 내요. 신뢰와 협력이 즉각적으로 쉽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킹과 교류가 잦을수록 좋죠. 그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코워킹스페이스도 만들고 매년 밋업 행사도 열고 있어요.

대표적인 투자처에 농업 스타트업과 코딩 교육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그린랩스는 농부들을 위한 앱을 서비스하고 있어요. 여기서 농사 날씨 정보, 도매시장 정보, 비료 커머스부터 보조금 정보까지 다 볼 수 있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요. 하지만 농부들은 정작 이 데이터를 보관할 수가 없어요. 많은 농업 종사자들이 IT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죠. 그래서 농부들은 농사와 관련된 기록을 수첩에 적어요.

이렇게 데이터가 없으니까 농협이 아니면 대출을 받을 데도 마땅치 않고요. 농업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블록체인, 그러니까 위변조가 불가능한 암호 형식으로 투명하게 기록이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가장 강력한 파이낸셜 플랫폼으로 발전 가능합니다. 은행도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 상품을 만들 수 있거든요. 예컨대 농법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달라요. 탄소를 적게 쓰는 농부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면, 탄소 배출량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게 블록체인이고, 저탄소 농부에겐 은행과 정부에서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상을 주게 되는 식이죠.

코드스테이츠에도 투자했는데, 독특한 계약 방식에 블록체인 기술이 통할 것 같아 투자한 케이스죠. 이 스타트업은 비개발자를 개발자로 교육하는데요, 소득공유 계약 방식으로 가르쳐요. 당장 교육비를 받지 않고 수개월 동안 집중 교육을 한 다음, 수강생이 취업하면 월급 일부를 공유받는 방식요. 이걸 액티비티 블록체인, 그러니까 활동 기록 암호 데이터로 만드는 것이죠. 예컨대 수강생이 갚아야할 교육비를 돈이 아닌 포인트 제도로 갚도록 합니다. 그 다음 졸업생이 코드스테이츠에서 조교로 활동하거나, 신규학생을 데려오면 이 포인트를 까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활동이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아야한다는 것이죠. 돈을 갚아야 할 사람과, 돈을 받아야 할 사람 모두에게요. 코드스테이츠 학생과 졸업생의 기여를 모두 블록체인으로 남기면 해결됩니다. 언제 몇시간 교육을 받아 몇 포인트를 빚을 졌고, 언제 무슨 활동을 해서 빚을 갚았다는 개인의 기록을 암호화해서 남겨두는 것이죠. 이렇게 블록체인이 응용될 수 있습니다.

◇“달러가 미 정부 승인 가상화폐로 바뀌는 날이 올 것”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정작 가상화폐 시장은 이른바 잡코인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시장인데요.

그 문제를 부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기관투자자들을 진입하게 해주면 해결돼요. 큰 돈을 굴리는 기관들이 들어가는 순간 시장이 안정돼요. 개인보다 훨씬 꼼꼼하고 치밀하게 투자를 하기 때문에 스캠, 그러니까 일종의 사기 코인을 그들이 걸러낼 수 있죠. 그래서 가격을 튀겨서 팔고 튀는 악덕 업자들을 배제할 수 있어요. 지금 시장은 개미들만 있는 주식장과 같아요. 작전주가 난무하는 것이죠. 기관들이 장기적인 분석에 따라 투자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을 진다면 시장 논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어요. 기관 투자자 진입을 위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미국처럼 네거티크 규제, 그러니까 ‘이것 빼고 다 해도 된다’로 바꿀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가상화폐에 대한 법이 명확하지 않아 기관들이 진입을 못하고 있거든요.

채굴시 엄청난 전력이 소비되는 비트코인을 환경의 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자정 작용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요. 중국과 같은 규제와 환경 문제로 인해 많은 채굴장이 친환경 전기를 찾아 헤매고 있어요. 동시에 비트코인은 저장수단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친환경에너지를 금융에너지로 저장하는 수단이 될 거예요. 예컨대 엘살바도르는 화산에너지를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겠다고 했어요. 친환경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코인으로 저장하겠다는 것이죠. 지열발전은 화산지대에서 가능한데, 여기서 발전을 해도 개발도상국들은 송전망이 부실해 공업지대나 주거단지로 이 전기를 끌어오는 것이 아주 어려워요. 그렇다면 그 근처에 채굴장을 지어 에너지를 비트코인이라는 금융에너지로 저장하는 것이죠. 개도국에서 이런 구실을 하면서 채굴의 환경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될 겁니다.

가상화폐가 종이화폐를 대체하는 시대가 와도, 결국 리브라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나 디지털 달러와 같은 CDBC가 주도하지 않을까요.(@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달러와 연동되는 코인. 사실상 종이화폐와 가치가 연동. CDBC는 발권력을 보유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

그렇다고 해도 리브라가 모든 가상화폐를 대체할 수는 없을 거예요. 어떤 가상화폐는 특정 세계와 경제 시스템에서 절대적이기도 합니다. NFT(대체불가능토큰)이죠. 예컨대 샌드박스라는 NFT는 샌드박스라는 메타버스 게임에서 쓰여요. 이 코인 자체가 데이터 저장 수단이기 때문에, 특정 코인을 사야지만 독특한 아바타나 아이템을 살 수 있죠. 메타버스 세계에서 NFT는 반드시 필요해요. 이 코인이 있어야지만 그 세계 경제에 참여할 수 있거든요.

모든 코인이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출렁이는데 숱한 코인이 존재할 필요가 있나요.

비크코인과 다른 코인간 커플링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그 정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어요. 2017~2018년에는 정말 심했고요. 하지만 이제 그만큼 시장이 성숙해서 비트코인과 별개로 독자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코인은 비트코인과 따로 가치가 매겨져요. 예컨대 엑시인피티니죠. 이 게임에서 재화는 엑시인피니티에서 발행한 코인(NFT)로만 구매가 가능하죠. 이 코인은 최근 하락장과 무관하게 가격이 오르고 있어요. 게임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진다고, 사람들이 리니지를 덜 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이렇게 경제 모델이 잘 돌아가는 블록페인 프로젝트는 비트코인의 영향을 덜 받고 있죠.

앞으로 데이터와 경제 모델을 꼼꼼하게 따지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커플링 문제는 천천히 줄어들 거예요. 가상화폐 투자가 과거 신약 바이오 투자 같았거든요. 바이오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이 투자했으니, 대장 제약주가 떨어지면 다같이 가격이 떨어졌죠. 지금은 다들 충분한 정보를 갖고 바이오주에 투자하니 모든 주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죠. 가상화폐도 그렇게 될 거예요.

김서준 대표가 설명한 엑시인피니티 차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조정이 왔던 지난 두달 사이, 엑시인피니티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코인마켓캡 캡쳐

미국이 가상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하면, 결국 물거품 아닙니까

달러의 시대가 끝나고, 미국이 정책적으로 스테이블 코인, 친가상화폐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봅니다. 화폐는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믿고 쓰느냐에 달려있어요. 메커니즘적으로 달러와 짐바브웨 화폐는 다르지 않아요. 다만 달러는 정말 많은 곳에서 달러를 받고, 이걸 신뢰하는 것 뿐이죠. 그러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느냐. 아뇨. 지금 수많은 자산들이 20% 올랐다고 하잖아요. 이미 곳곳에서 벼락 거지 이야기가 나왔어요. 작년 20% 이상 수익을 못 낸 사람들은 20% 가난해졌어요. 중앙화된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돈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오고 달러를 살포하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와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어요.

예전처럼 전쟁과 밀약을 맺어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어려워졌습니다. 기축통화 달러의 핵심은 석유의 결제 수단이라는 것인데, 석유의 시대도 점점 막을 내리고요. 미국도 결국 스테이블 코인을 허용해줄 것입니다. 하드파워의 시대는 끝났고, 소프트파워의 시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전세계가 장벽없이 더 자유로운 교역을하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도 열립니다. 강제로 달러를 쓰라고 할 것이 아니라, 민간이 발행하는 코인을 기존 금융 시스템과 연결해 허용하는 것이 패권 유지에 이롭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이체 능력이 제한적이잖아요. (@ 비자나 마스터 카드가 1초에 수만건의 이체를 처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수백~수천건. 현실 세계에서 비트코인으로 지불, 결제하는데 기술적인 한계 존재)

페이팔, 스퀘어 같은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과 몇몇 은행이 자신들의 신용을 바탕으로 실제 가상화폐 트랜잭션(이제)가 이뤄지기 전에 결제를 수행하는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예컨대 가상화폐가 A 지갑에서 B 지갑으로 실제로 이동하기 전에, 가운데 있는 기업이 은행처럼 신용을 바탕으로 먼저 B 지갑에 가상화폐를 넣어주고 나중에 A 에게 받는 방식이죠. 몇몇 은행은 가상화폐와 법정화폐를 연결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도 있고요. 중간회사에서 제도권 기업과 은행이 신뢰를 기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