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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台风来的时候,猪都会飞) by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동경한 청년인 레이쥔은 마흔에 샤오미을 창업했다. ‘사람은 꿈을 꾸기에 위대하다’는 레이쥔의 창업 철학은 숱한 사람들이 왜 다소 미숙하고 모자란 스타트업을 동경하고 응원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꿈을 꾸기 때문이다.

레이쥔 창업자를 오해해선 안된다. 요행이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아무나 태풍의 길목을 찾는 것이 아니며, 우연히 그 길목에 섰다고 누구나 성공하지도 않는다. 태풍의 기척은 끊임없이 바람의 변화에 눈과 귀를 열어둔 소수만 느낀다. 하늘을 날겠다는 대범한 한 수와 탄탄한 실력도 필요하다. “태풍을 타는건 엄청난 기회지만, 돼지가 바람에 난다고 해서 날개가 자라는건 아니며, 그 바람이 지나고나면 수많은 돼지들이 떨어져 죽는다”(알리바바 마윈)는 냉혹한 사실이다.

창업자 :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창업자

87년생인 김동호 창업자는 카이스트 부설 한국영재학교 1기 출신이다. “1기라서 참 좋고, 재밌는 친구들이 많았다”는 김 대표. 대학은 연대 산업공학과를 나왔다. 20대 청년이었던 2011년 오픈서베이, 2016년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20대에 연쇄 창업자의 반열에 오는 것이다. 두번 모두 성공에 가깝다. 아이폰의 혁신을 본 20대 청년은 시대의 태풍을 봤고 고심했다. 모바일 설문조사, 그게 오픈서베이 창업이다. 그리곤 바람의 냄새가 바뀌었다. 데이터다. 누구나 필요한데도, 그리고 엄청난 데이터가 집결할 지점인데도 아직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창업 아이템, 그는 자영업자를 봤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고운호 기자

한국신용데이터라는 사명은 전혀 스타트업 같지 않다. 갓 생긴 역동적인 스타트업 혁신 이미지는 제로다. 오히려 30년 이상된 공기업의 냄새가 물씬나는 사명이다. 요즘 ‘본투글로벌(창업때부터 해외시장을노리는 스타트업)’이라지만, 한국신용데이터에선 그런 뉘앙스조차 없다. 하지만 일부러 택한 이름이다. 창업의 첫 단추부터 전략적 판단을 했다.

“애초에 노린 대목입니다. 자영업 사장님들한테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니, 고객을 위한 사명을 고민했습니다. 우리는 소상공인 사장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업과 거래 정보라는 데이터를 제공받아, 재가공해 의미있는 데이터로 되돌리는 비즈니스입니다. 그런데 사장님들 입장에서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를 아무에게나 선뜻 줄리 없죠. 회사 이름과 서비스 이름부터 인식이 성립된다고 봤어요. 스타트업스런 이름, 영어가 많이 들어간 이름으로 다가갔을 때, 사장님들 입장에선 “이 친구들이 진중하게 우리 데이터를 처리해줄까” 의문을 품지않을까요. 적어도 이름에서부터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보자는 어프로치요.

2016년 4월 법인 설립 준비할 때 동업하는 이성호 씨와 함께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한국, 신용, 기술, 정보, 데이터 등 주요 키워드를 뽑고, 수십 개의 컴비네이션를 맞췄죠. 이미 회사명이 있으면 안되니 상표권 검색, 대법원 등기 상호 검색해가면서요. 사명 후보가 출원도 안 돼있고 말소된 등기도 없는, 첫번째인 이름요. 본래 신용으로 할지 크레딧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한국크래딧데이터, 이것도 사장님들이 이해못할 단어는 없고 크래딧데이터라면 좀더 세련된 느낌도 있긴 하겠지만, 여전히 사장님들이 ‘크래딧’하면 그거 뭐야할지도 모르니 않겠나도 했어요. 솔직히 이게 등록이 안돼 있었으면 한국크래딧데이터가 됐을지도 모르지만요.”

“한국을 사명에 넣은건, 결국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사업자가 되겠다는 차원에서 그랬어요. 언젠가 해외에 나갈 수도 있고, 그땐 (사명에 들어간)한국이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사장님에게 신뢰받는 포지션,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기업요.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더니, 링크드인으로 “이직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두번받았어요. 오픈서베이하다가 한국신용데이터로 가셨나봐요라는. 누가봐도 한국신용데이터는 신설회사는 아니고,연식이 좀 된 것으로 보여지니까, 오픈서베이 창업자가 갑자기 어디 공기업 대표로 옮겼나 하고요.”

한국신용데이터는 캐시노트라는 자영업자 전용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서비스 론칭은 2017년 4월. 시작하자마자 이용 고객이 급증했고 현재는 80만 사업장의 첫번째 화면이다. 예컨대 주요 신용카드사의 가맹 자영업자 숫자(한달에 1회 이상 결제가 일어나는 사업장)인 186만개(신한카드, 2019년 기준)의 3분의 1 수준이다. 곧 100만개 돌파도 눈앞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고객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 소비자가 자장면 주문하려고 배민이나 쿠팡이츠를 한번 다운로드하는 것과는 다르다. 한번 쓰고 마음에 안들면 지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에게 영업 데이터를 맡기는 판단은 본인의 생계와도 연결된 문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론칭 3~4개월에 자영업자 고객 1만곳을 확보했다. 이 바닥을 아는 이의 눈에는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베타서비스를 내고는 시장 반응보려고 선릉역 주변의 먹자골목을 돌아다녔는데 결론은 이렇게는 안되겠다 였어요. 사장님들이 한가하게 우리 세일즈 피칭을 들을 시간이 없더라구요. 사장님들은 아침 출근하지마자 점심 준비하고, 점심 때는 정신없고, 오후에 잠깐 쉬었다가 다시저녁 영업을 준비해요. 아니면 직원에게 맡기고 퇴근하고요. 우리 영업직원이 가게에 간다고 사장님을 반드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고, 만나도 우리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더라구요. 그 여유 시간은 오후 3시 이후에 30분 정도 나는데, 문제는 선릉역의 모든 식당 사장님이 모두 똑같다는거예요. 결국 우리 영업사원이 설명할 수 있는 곳은 2곳밖에 안돼요.

이걸 어떻게 하지? 영업사원이 아무리 설득력이 높다해도 10만 명의 사장님을 만나야, 1만명을 쓰게 할텐데요. 3개월 1만곳 하려면 하루에 1500명을 만나야해요. 이런 식으로 영업하면 안되겠다는 생각했죠. 돈이 정말 많았으면 그렇게 해봤을껀데, 영업사원을 100명 뽑을 수도 없고, 우리가 발로 뛴다고 해도 많이 못 만나니까, 이런 상황이면 직접 안 만나고, 사장님 피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그리고 사장님들이 주위 사장님에게 추천하게 만들자는 마케팅을 했어요.”

“론칭했을 때 페북 광고를 시작했고, 첫날 6000원을 썼어요. 광고 세팅하고 이미지 올리고요. 간이 작아서 하루에 만원, 이만원씩 썼어요. 첫달 마케팅 100만원도 안됐죠. 근데 첫달 1000개 가맹점이 들어와서 당시에 어안이 벙벙했어요. 왜 이리 빨리 늘지? 가맹점 1만번까지는 느는게 너무 재밌으니까, 모든 목록을 다 봤어요. 아, 여기 갔던 식당이다 싶으면, 직접 가서 점심 먹으면서 슬쩍 ‘실은 우리가 그거 만든 회사다’라고 말하는게 너무 재밌었죠. 어떤 날은 갑자기 2~3시간 사이에 치과 병원이 수백 곳이 들어와요. 랜덤으로 ‘가입해서 감사합니다’라고 전화하곤, 가입 경로를 물어봤어요. 치대 동창회 단톡방에 캐시노트가 올라왔다고 해요. 단톡 확산이 가속 부스터가 됐어요. 사장님들도 다들 단톡방이 있어요, 가게하는 친구들끼리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도 누가 올렸는지 몰라서 고맙다는 말도 못했어요. 그렇게 편의점, 한의원 등도 한꺼번에 들어왔죠. 사장님들이 만족하는 뾰족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만으로도 단톡 바이럴이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여기에 캐시노트는 당시 카톡의 미니앱같은 형태로 시작했어요. 당시엔 그런 서비스가 별로 없었어요. 단톡 확산과 딱맞아 떨어진 셈이죠.”

◇데이터 혁신이라는 태풍, 그 길목과 타이밍을 찾는 과정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 시절인 2013년 1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PT하는 김동호 대표. /촬영자는 문규학 전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대표

페인포인트는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 뾰족한 비즈니스 모델은 남들이 못보는 페인포인트를 찾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그 페인포인트는 본인과 지인의 삶 속에 녹아있다. 3개월의 1만명 자영업 사장님을 끌어들인 뾰족함, 김 대표는 동료의 아내에게서 얻었다.

“안태훈씨 이야기를 해야해요. 캐시노트의 PM이죠. 오픈서베이때부터 같이 했으니, 벌써 9년째 같이 일하는 동료입니다. 이 분 아내가 광화문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를 했어요. 이런 분들 대상의 플랫폼을 만들자는건데 그 페인포인트를 이해해야했죠. 인터뷰하면서 자영업자 데이터라는 분야가 대안이 적다는걸 알았죠. 개인 서비스는 대안이 많아요. 쿠팡이 아니라도 위메프나 티몬이 있고, 멜론 만해도 독점같지만 다른 대안이 있죠. 그런데 자영업자 분들이 사업할 때 도움받을 솔루션 뭐가 있냐하면 거의 전무해요. 상대적으로 빈 벌판이었죠. 2016년 회사 설립할때는 거의 모든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썼고, 그래서 스타트업들이 다들 개인 소비자을 타깃으로 도전했는데, 당시에도 이런 자영업자 대상으로 하려는 곳은 거의 없었어요. 페인포인트는 있는데 실제로 대안도 없고. 그게 카드매출 정산 관리였어요.

8개 신용카드사 있는데 특약에 따라 수수료율과 정산 주기도 달라요. 은행계 카드는 돈을 하루 빨리 주기도 하고요. 사장님들은 오늘 카드 전표를 보면, ‘오늘 얼마 벌었다’는 알 수 있는데, 그럼 내일 계좌로 얼마나 들어올지는 몰라요. 정산 주기가 모두 다르니까요. 내일이나 모레 입금될 금액은 오늘 매출과는 다를 수 있죠. 감으로, 이정도다 하죠. 다들 잔고가 넉넉하지 않은데, 모레는 부가세를 내거나, 임대료를 지불해야하는 날일 수도 있고, 알바비를 줘야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모레 얼마나 입금될지 모르니, 자금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기가 어렵죠.

그게 첫번째 페인포인트. 현금 사정이 빠듯한, 현금 흐름 관리하는 게 어려운 분들에게 가시성을 만들어주는 것. 매출도 중요하지만, 못지 않게 ‘나의 인마이 포켓’이 얼마인지 아는게 진짜 중요하거든요. 식당 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에 적용돼요. 외식업, 소매업 등 업종과 무관해요. 카드 매출이 발생하면 음식점이든 미용실이든, 캐시노트를 보면 눈으로 그 금액을 보여주는 거죠.”

“참, 회사이름은 한국신용데이터인데, 서비스명은 캐시노트예요. 회사명은 신뢰를 얻어야하니 무거워야해요, 하지만 서비스는요? 사실 캐시노트를 개발할 때 서비스명은 없었어요. 론칭 몇주전쯤 저와 안태훈, 이성호 3명이 밤 11시에 사무실에 앉아서, 이젠 이름이 특정하자고 했죠. 현금, 캐시, 장부, 노트 등 여러 키워드 컴비네이션 돌렸는데요. 이유는 2가지예요. 캐시는 사장님이 현금인걸 다 알고, 노트도 초등학생도 안다는거죠. 캐시북, 머니노트, 머니북 등등. 캐시노트가 입에 붙고 어감도 좋다고, 그날 정했죠.”

“현재 가맹점은 80만 곳을 넘었는데요, 사실 국내에서 한달에 한번 이상 카드 결제가 발생하는게 178만곳 정도입니다. 절반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업종을 쪼개면 도소매업, 숙박업, 외식업, 그중에서 생활 밀접 업종이라는게 외식업이나 소매업이나 개인서비스 업종인 미용실 등이예요. 길가다가 들어가는 업종, 거기선 추정으로 60~70% 정도는 캐시노트를 쓰고 있어요.”

“페인포인트 두번째가 킬러 피쳐예요. 있을법한 기능인데 정작 없는겁니다. 사장님들에게 단골 고객을 알려주는 거죠. 이 가게 매출이 100만원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신규 고객이 어느 정도이고, 기존 고객의 포지션은 어느 정도인지요. 백종원 씨도 ‘기존고객 관리’를 강조하고 단골이 많아야 안정적인건 당연한데, 그럼 사장님이 가게의 단골은 몇 퍼센트인지 알 방법이 있는가 하면 그게 없었어요. 눈대중으로 좀 늘었다는 정도. 사실 신용카드 분석하면, 이 이용자가 이 가게에 처음인지, 일년동안 두번, 또는 세번째 방문했는지 모두 알 수 있어요.

이 데이터를 재가공하면, 이번주는 전주보다 단골이 10%포인트 늘었다는 식의 정보가 나와요. 이게 달에 가는게 아니잖아요. 데이터만 제대로 분석하면 되는데, 막상 이런 접근이 우리가 대부분 최초였던 거예요. 잠재적인 시장 만드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수용도도 높았고, 신선했구요. 지금은 수십가지 기능이 있어요. 예컨대 부가세 예상금액도 보여줘요. 부가세는 6개월에 한번 내는데, 늘 생각보다 크게 낸다고 생각해요. 연매출 2억이면 부가세가 반기에 1000만원씩 나오죠. 갑자기 부가세 통지서 나오면, ‘천만원 내라고?’ 황당해지죠. 이럴때 ‘사장님, 두달있다가 500만 내야해요’라고 미리 알려주면 불확실성이 감소하죠.

소비자 리뷰도 모아서 보여줘요. 리뷰가 온갖군데 다 달려요. 식당은 한 곳이지만, 리뷰는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네이버 등등에 달리는데, 사장님 동의받고 내 가게 페이지에 신규 리뷰달리면 모두 긁어옵니다. ‘있을법한 기능’인데 우리가 처음이었죠. 끝이 없죠. 비용 통합 관리하는 기능도 있고요. 세금 계산서도 예전엔 사장님들이 하루 날잡고 국세청 사이트가서 4개의 서브 메뉴를 훑어가면서 이메일 확인하면서 정리하던 일이었죠. 이걸 대신 해줘요.”

◇직사각형의 마법, 데이터 비즈니스가 횡적 확장에 나설때

한국신용데이터의 사무실은 정말 아무런 특색이 없다. 특색없는게 특색이랄까. 굳이 찾자면 커피와 신문. 아는 사람만 안다는 커피숍 나무사이로의 원두를 잔뜩 사놨다(위). 신문을 챙겨읽는 창업자의 습관을 반영하듯 FT,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한켠에 있었다(아래). /성호철 기자
한국신용데이터의 사무실은 정말 아무런 특색이 없다. 특색없는게 특색이랄까. 굳이 찾자면 커피와 신문. 아는 사람만 안다는 커피숍 나무사이로의 원두를 잔뜩 사놨다(위). 신문을 챙겨읽는 창업자의 습관을 반영하듯 FT,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한켠에 있었다(아래). /성호철 기자

[하늘을 나는 날개, 횡적 확장의 잠재력]

국민앱하면 1000만은 기본인 세상이다. 스마트폰마다 수십개의 앱을 깔고 다니니, 인기 앱은 다운로드 1000만은 훌쩍이다. MAU(월간 활성 이용자) 1000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영업자 서비스인 캐시노트는 한국의 모든 자영업자들이 사용한다고 해도 178만 이용자를 못 넘을 것이다. 확장 가능성이 적은건 아닐까. 예컨데 같은 서비스로 이용자를 확대하던가, 같은 이용자에게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성장은 멈춘다. 직사각형과 같다. 서비스의 영역이 한 변이고, 또다른 변은 이용자의 숫자다. 한쪽이 막히면 위기의 시작이다. 막상 태풍엔 올라탔지만, 추가 동력이 없으면 추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모토는 ‘사업의 모든 순간’입니다. 자영업자를 위한 모든 순간이고, 시장 기회는 최소 수십배 이상 더 늘어납니다. 자영업자로서 사업 시작한 첫 순간부터 불가피하게 정리하는 끝까지 모든 순간을 뜻해요. 아직 우린 그 중에 굉장히 적은 이슈만 해결하고 있어요. 개인사업자가 규모는 작지만, 법인과 똑 같은 이슈, HR, 마케팅, 세금, 근태관리 등과 같은 이슈에 부딪치죠. 단적인 예로 연매출 2억이면, 식자재 6000만원 정도 구매해요. 컵이랑 리드랑 원두를 사야하는데, 구매 규모도 작고, 뭘 사려고 해도 선택의 경우의 수도 적어요. 대안이 적죠. 한 가게는 보통 6~7개사에서 공급받는데, 쌀, 향신료 등 여기도 정보의 비대칭이 크죠.

우린 데이터 기업입니다. 80만 가맹점이 어떤 품목을 어디서 구매하는지 모두 누적 데이터로 갖고 있어요. 80만 가맹점이 130조원어치를 구매하고, 160조원 어치를 팔고 있어요. 연간 100조원 이상의 B2B 시장이 눈 앞에 있는데, 우린 발걸음도 못떼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당장 데이터를 토대로, 사장님들에게 유리한 구매 제안을 할 수 있죠. 이 영역만 해도 거대해요. 사장님들이 요즘 모두 음식을 배달하는데, 이게 어디로 배달되는지, 고객이 누군인지 얼굴도 못봐요. 오직 배달앱 주소 품목만 떠요. 고객 데이터가 없죠. 굳이 명함 이벤트를 하는 정도론 풀리지 않는 문제죠. 그런데 신용카드를 보면 2800만명이 오는데, 이중에 누가 고객이고, 누가 더 썼는지 분석 가능해요. 마케팅할 수 있는 인프라를 사장님에게 제공할 수 있어요. 이게 직사각형의 한축입니다.

또다른 축은 178만이면 끝이냐 하면 아닙니다. 오프라인이 1차 고객이지만, 다른 형태의 업도 있습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업자를 대상으로 캐시노트와 같은 서비스가 있느냐하면 아직 없습니다. 여기에 소규모 법인 사업자도요. 자영업자보다는 크지만 여전히 ERP 도입과 같은 풀지 못하는 문제가 많아요. 한국신용데이터의 확장성은 ‘비즈니스 오너’라는 키워드에 있습니다. 모토를 ‘모든 순간’이란 표현을 쓰는 배경엔 우린 고객이 사장님이란 거죠. 예컨대 기업 고객을 만나도, 재경부장님은 ERP를 쓰지만, 이분께 마케팅을 제안해도 그냥 넘어가죠. 자신의 책임 권한이 아니니까. 비즈니스 오너는 재무에서 매출, 마케팅, 세금 등 모두 자기 일이예요. 80만명 자영업자는 본인 사업의 모든 결정권을 가진 비즈니스 오너예요. 사장님이 직접 선택해 쓰는 서비스라는 희소성이 바로 확장성의 측면에 최고 경쟁력입니다.”

“아직 매출은 공개 안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전년 대비 3~4배는 성장할 것 같고요. 하지만 아직은 쓰는 돈이 조금 많은 상황입니다. 수익 관점에서 봤을 때 가까운 수년이내에 천억 단위 매출을 올릴꺼예요. 인수를 많이 해왔고, 더 많이 할 꺼예요”

[경영자의 페인포인트, 과감한 권한 이양, 조직이 커지면…]

스타트업의 경영자에게 독은 과신이다.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서 마케팅, 조직 관리에 이르기까지 창업자는 초창기부터 모든 일을 관할한다. 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 그러다 매출이 100억원이 넘고, 직원수 100명이 넘는다. 동료들이 지금 무슨 고민을 하는지 점점 알기 어렵다. 노무 관리의 이슈도 터진다. 문제는 창업자들은 과신의 덫에 걸려, “그래도 내가 더 열심히 밤새 일하면 문제 해결할 수 있어”라고 자신한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길은 하나인데, 망하는 이유는 100가지가 넘는다, 그게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내가 모른다’는걸 인정하는 창업자는 드물다.

“직원수가 열명, 스무명일 때 대표자의 성과 지표와 50명, 100명 이상일 때 성과 내는 방식이 다르더라구요. 수십명일땐 대표가 밤을 새서 뭘 하면 회사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100명 넘으면 내가 밤을 새나 안새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같이 하는 분들이 성과내도록 도와주는게, 보다 기업의 성장에 중요합니다. 직원수 50명일 때 성과 내던 똑 같은 방식으론 일하기 어려워졌다는걸 알았어요. 어떻게 보면 마이크로 매니지가 되기도 하고, 어차피 대표가 다 인게이지 못한다는걸 인정하면,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선제적인 이슈가 되는거죠.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재량권을 갖고 가야하는데, 이걸 지지할 백오피스가 필요해지더라구요. 말하자면 제가 하던 일을 위임하는건데, 이걸 뒷단에서 지지하는일요. 데이터도 많아지면 정보보안이나, 리스크 관리도 중요해지고, 그럼 법무팀 컴플라이언스팀도 신설해야하고요. 리스크 관리만 2배 넘게 늘어났고요.”

“제품 개발은 윤도영 CTO가 CPO 역할까지 맡습니다. 이 영역에서 제가 (윤 CTO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확고한 생각입니다. 결정이 이상할 때는 되묻기는 하지만, 엔드 피쳐가 비슷하다고 했을 때, 효과적으로 가는 길과 대안은 바뀔 수밖에 없어요. 예컨대 우리 미션은 고지의 깃발 뺏는 건데 공격 루트를 왼쪽으로 할지, 다른 길로 할지 판단은 어려워요. 미션에 대한 중장기적 그림에 대한 합의는 함께 하지만, (공격 루트와 같은) 세부 방향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판단을 내리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제 개인이 스페셜리티가 있다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를 맡는거죠. 넓게 보려고 하는 것과 이해 관계를 잘 정렬하는 능력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주주 명단을 보면, 그리고 투자 과정을 보면, 어떻게 이런 분들이 주주사로 들어오셨지하는 곳이 많아요. 다들 업종별 1위 사업자입니다.(@투자 유치 내역을 보면 카카오, 두나무, 코오롱, 신한카드, KB국민은행, GS홀딩스 등이 참여했음)

결국 우리 비즈니스는 사장님 대상의 빅텐트 세우는 일이고, 그 안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영역의 사업자가 많아야, 그 그림이 더 풍성해집니다. 이해관계 정립이 필요하고요.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는건, 이게 돈이 된다는 설득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전략적 투자자는 자본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이 딜이 본인의 회사 성장에도 득이라는 포인트가 중요합니다. 카카오나 신한카드가 한국신용데이터에 참여한건, 이런 설득을 잘한거구요. 개인사업자 신용사업자 평가업을 할때도 컨소시엄만들고 인가 신청했는데 그곳의 주주사 이름들도 보시면, 다들 그 그림에 동의해서 들어온거죠.

[텍스트에 올인… 손정의 만날 땐 그에 대한 책 다 읽어]

김 대표는 “되게 열심히 리서치하는 편이예요. 전체적인 네러티브와 백업도, 패턴을 잘 읽고 맞추는 편이구요. 오픈서베이도 그렇고, 업을 영유하자고 했을 때 과거 문헌을 포함해 빡세게 찾아봅니다”라고 본인의 성향을 말한다. 하나의 업을 볼 때, 그게 유일무일한 첫번째는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도전했고, 또 실패했거나, 일부의 성공을 했거나, 시작은 이쪽에서 끝은 다른쪽으로 갔다거나이다. 그는 “비슷한 시도는 분명이 있었고, 결국 비슷한 일들은 계속 있어왔고, 잘됐거나 안됐거나,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유추할 이유’가 있는데, 그런 이해를 토대로 해서, 지금 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잘 정리하고 기획하는 편입니다”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뜻입니다.

“책을 좋아해요. 텍스트를 좋아한다고 해야하나. 대학교 때는 일년에 100권~150권 정도 읽었어요. 역사 관련 기업 나라의 역사를 좋아하고요. 감성이 매말라보일지 모르지만, 시나 소설은 적고, 연대기에 관심이 많아요. 연대기도 사실 관계를 위주로 써도 의견이 들어가죠. 지금은 그 정도로는 못 읽고, 외신이나 FT 등 봐요. 책 독서는 줄었지만, 텍스트를 읽는 시간은 예전에 비해 줄지 않았어요. 하루에 2~3시간은 뭐가 됐든 읽는 것 같아요. 영상은 잘 안봐요. 유튜브 안봐요. TV도 안보고요. 이유요? 같은 시간 대비 얻는 정보량이 텍스트가 영상보다 더 많기 때문이예요”

김 대표는 “2013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님께 PT할 기회를 잡았는데, 그 전에 손 회장님에 관한 책을 모두 구해서 읽었다”고 했다. 동석한 이인묵 홍보실장은 “손정의에 대해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게 김 대표일지 모른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