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디코드+’는 조선일보 온라인칼럼 ‘최원석의 디코드’의 ‘네이버 프리미엄’용 별도 기사입니다. 매주 수요일 나옵니다.

기존 컴퓨터와 다른 방식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비약적 성능 향상이 기대되는 ‘꿈의 컴퓨터’, 양자(量子)컴퓨터를 다루는 최고인재의 확보경쟁이 국가·기업을 중심으로 격화하고 있습니다. 구글·IBM 등과 기술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팅이 실용화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 기업·연구소마다 양자기술 인재유치에 큰 힘을 기울이고 있지요. 이 때문에 양자컴퓨팅 일반 연구자가 연봉 3억원에 채용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팅은 양자기술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데요. 양자기술이란, 원자 단위 이하의 극소물질에 작용하는 ‘양자역학’을 활용한 기술입니다. 미국·중국이 양자기술의 양대 강국입니다. 양자기술은 컴퓨터·암호통신·신소재·센서·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파급력을 갖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이 양자컴퓨터이죠. 글로벌 조사회사 CB인사이트는 양자컴퓨팅이 바꿀 9개 분야로 의료·금융·사이버보안·암호화폐·인공지능·물류·제조설계·농업·안보를 꼽았습니다. 미국의 민간기업들이 가장 앞서 있는데요.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인텔·하니웰·아이온큐(IonQ)·리게티(Rigetti)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은 양자 연구자·엔지니어의 층이 선도국들보다 얇은 상황이죠. 더 심각한 문제는 이대로 가면 국제적 인재확보 경쟁에서 점점 더 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등에서 양자기술 인재들에게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게 일반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외국인 전문직 취업비자(H-1B) 데이터베이스에는 미국 기업이 양자 인재에게 지급한 연봉이 공개돼 있는데요.

일본 경제잡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IBM의 양자계산 응용연구자 연 수입은 2억9700만원 (25만 달러)였습니다.

그 밖에도 금융 대기업 JP모건·체이스가 1억7800만원, 중국 알리바바의 미국 거점이 1억6400만원을 지급하는 등, 대기업은 물론 벤처기업까지 양자관련 인재들의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것은 기본입니다. 미국의 직장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양자 관련 인력의 연 수입은 아마존이 9000만~2억5000만원, 구글이 1억~2억5000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반면, 한국 기업에는 아직 양자 관련 일자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교 등에서 인력 양성이 이제 막 시작됐지만, 궁극의 미래기술로 불리는 양자컴퓨팅 관련 인력을 받아줄 기업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죠. 국내에는 양자컴퓨팅 인재를 평가하고 장기목표를 세워 사업계획을 짤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의 양자기술 수준은 선도국과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중이 양강, 영국·독일·일본이 톱5이고요. 한국은 분야에 따라 15~20위권입니다. 미국·중국은 10년 전, 주요 국가들은 최소 5년 전부터 계획을 세웠지만, 한국은 지난달 1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양자기술특별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렸습니다. 양자특위는 ‘2030년대 양자기술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현 상태로서는 달성이 불투명합니다.

한국이 빨리 추격하려면, 양성이 막 시작된 국내 양자기술 인재들이 제대로 일자리를 잡고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과학자·엔지니어들을 한국에 유치해야 할 텐데요. 지금 상황에선 해외인력 유치는커녕, 얼마 안 되는 국내 인재마저 미국 등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내에선 능력 발휘도 어렵고 또 안정적 소득을 얻기도 쉽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실력만 있으면 연봉 2억원 일자리를 골라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레터 ‘최원석의 디코드’를 구독하시면, 목요일 아침마다 모빌리티·테크·비즈니스 관련 새로운 콘텐츠를 보내드립니다. 구독자 전용 글을 받아보시거나 추후 마련될 이벤트에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최원석의 디코드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