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덕관념으로 짐승의 세계를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성과 생김새만으로 우리는 ‘선한 동물’, ‘악한 동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래서 은연중에 강한 사냥꾼을 두려워하고 악마화하게 되는 거지요. 이 연장선상에서 곤충의 세상에서 ‘악마곤충’을 꼽으라면 양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단연 사마귀와 말벌일 것입니다.
생김새와 잔혹하고 포악한 사냥 및 포식습성을 가진 이 벌레들의 몸길이가 1㎝만 길었더라도 지구촌 생태지도는 확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분류학적으로 바퀴벌레와 가깝기도 한 사마귀는 어느 대륙, 어느 나라에서도 풀숲을 호령하는 제왕입니다. 갈고리 같은 앞발을 전광석화처럼 뻗어 먹잇감을 잡은 뒤 버둥거리는 먹잇감을 그 자리에서 갉아서 파먹기 시작하죠. 숨통이 끊기지도 않고, 삼켜지지도 않은 채 온몸이 고정당한채 살과 근육, 뼈가 믹서기에 갈리듯 사라지는 고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합니다. 같은 곤충 뿐 아니라, 개구리와 도마뱀, 새, 심지어 뱀까지도 먹어치웁니다. 믿기 힘드시다고요? 사마귀의 포식장면을 보실까요?
작은 도마뱀과 뱀이 허리부터 뜯어먹히기 시작해 종내에는 산채로 두동강나는 잔혹한 광경도 펼쳐집니다. 목숨과 생존의 본능을 맞바꾼 섬뜩하리만치 광적인 짝짓기로도 악명높습니다. 말벌은 또 어떤가요. 아래위로 가위처럼 움직이는 턱으로 주사냥감인 꿀벌의 몸뚱아리를 작두처럼 썰어내는 장면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말벌 한마리가 턱을 휘두르면 순식간에 300마리의 꿀벌이 산산조각난 시신으로 흩뿌려지고 꿀벌 제국은 황폐화됩니다. 그들의 강력한 턱은 꿀벌 뿐 아니라 사마귀까지도 단번에 절단내버립니다. 바로 아래 냇지오 와일드 동영상처럼 말이죠.
아무리 생존본능이라지만, 저렇게까지 잔인하게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전율하게 만들죠. 말벌은 실제로 인간에게 악마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가을철 성묘객들을 사납게 공격해 벌쏘임사고가 해마다 일어나고 있고, 양봉농가에게는 말그대로 재앙입니다. 그런데, 이 사마귀와 말벌을 반반씩 합쳐놓은 모습을 한 괴물벌레가 존재합니다. 이 곤충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느냐는 질문이 수없이 쏟아지는 섬뜩한 외모의 소유자, 바로 말벌사마귀붙이(Wasp Mantidfly)입니다. 정말 이름이 기가막힙니다. 역삼각형의 대가리와 외계인 같은 눈, 그리고 갈고리 같은 앞발은 영락없는 사마귀의 그것입니다. 그런데 불룩한 배와 얼룩무늬, 그리고 확연하게 보이는 반투명한 날개는 말벌과 빼닮았습니다.
전혀 별개의 종이 자연에서 금지된 사랑과 번식을 할리는 없을텐데, 인간이 개입해 인위적인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낸 것일까요? 아닙니다. 실제로 이 벌레는 분류학적으로 사미귀도, 벌도 아닌 ‘풀잠자리’의 무리입니다. 두 날개와 얇다란 몸 때문에 잠자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여름과 가을 하늘을 수놓는 계절의 전령 잠자리와는 전혀 다른 동물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벌사마귀붙이는 어떻게 해서 사마귀와 말벌의 하이브리드적 외모를 갖게 된 것일까요? 바로 흉내내기입니다.
척추동물에서 무척추동물들까지 일부 종들의 생존 방식입니다. 독이나 흉기를 가진 포식자 등과 외모를 빼닮게 해서 천적의 접근을 꺼리게 하는 것이죠. 파충류의 경우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산호뱀과 빼닮았지만 정작 독은 없는 뱀종류가 있습니다. 물고기 중에는 대형 육식어의 입속 청소부로 유명한 놀래기와 아주 빼닮은 베도라치가 청소부 흉내를 내면서 살갗을 파먹는 것으로 알려져있죠. 주로 상대적으로 약한 동물들의 생존법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마귀도 말벌도 아닌 것’으로 폄하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어찌보면 사마귀나 말벌을 능가하는 잔혹본능의 서사가 서려있기 때문입니다. 사마귀처럼 말벌사마귀붙이도 암컷의 덩치가 더 큽니다. 그렇지만 관계 중에 수컷이 자신의 얼굴과 뇌, 골수를 사랑과 2세 번식의 징표로 기꺼이 암컷의 식단에 헌납하는 엽기적 짝짓기는 아닙니다. 짝짓기철이 되면 수컷이 분비하는 강렬한 페로몬이 암컷을 자극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잉태된 알을 대략 3000개. 암컷은 이 알을 낳아둔채 홀연히 떠납니다. 이제부터 알에서 부화한 새끼는 온전히 홀로 살아가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이 족속이 자손만대 이어온 섬뜩한 생본 본능이 발동합니다. 바로 기생이죠. 말벌사마귀붙이 애벌레는 황야에서 천적들과 살아남는 사투를 벌이는 대신, 기생충의 삶을 터득합니다. 숙주는 바로 거미의 알입니다.
이들의 생애주기는 거미의 짝짓기철과도 맞물려있습니다. 알을 잔뜩 밴 암컷거미가 지나가면 냅다 올라탑니다. 수컷거미라도 마다않습니다. 산란철 암컷과 짝짓기로 몸과 몸이 맞닿는 타이밍을 잡아 신속하게 갈아탑니다. 방금 어미의 몸속에서 갓 배출된 말랑말랑한 알집을 파고듭니다. 그리고 그 알집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새끼거미, 그리고 그들을 위해 준비된 담백한 영양분들을 모조리 흡수하며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이 모습은 마치 탁란으로 성장하는 뻐꾸기를 연상케도 합니다. 이들은 여의치 않을 경우 성체 거미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것으로도 알려져있습니다.
이런 기생충적 본능은 사마귀나 말벌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변태와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체가 된 말벌사마귀붙이라고 해서 유순한 것은 아닙니다. 사마귀의 그것과 빼닮은 강력한 앞발을 앞세우고 있다가, 나비나 나방, 혹은 메뚜기 등이 지나갈 때 잽싸게 나꿔챈 뒤 먹어치우는 모습은 사마귀와 빼닮았습니다. 다음은 말벌사마귀붙이가 여치를 사냥하는 장면입니다.
누가 이 벌레를 ‘짝퉁 사마귀’라고 폄하하겠습니까. 웅크리며 도사리고 있다가 당랑권을 구사하듯 빛의 속도로 여치를 낚아챈 뒤 발버둥치는 먹잇감의 살을 곧바로 파고듭니다. 처절하게 몸부림치던 눈과 입, 더듬이가 믹서기처럼 갈려 곤죽이 돼 놈의 뱃속으로 사라집니다. 다만 몸집이 작다보니 도마뱀이나 벌새 등을 사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완전한 육식성은 아니고, 간혹 꽃이나 열매의 과즙도 먹는다는 차이가 있는 정도이죠. 이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짝퉁 사마귀’ ‘짝퉁 말벌’이라고 폄하할법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짝퉁’의 생존법으로 이들은 오늘도 대를 이어서 번성하고 있는 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