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우리 항공우주 분야에서 ‘빅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달 말 첫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처음으로 성공한 데 이어 며칠 전엔 첫 국산전투기 KF-21 ‘보라매’의 지상활주 장면이 공개돼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KF-21은 이달 말 역사적인 첫 시험비행에 나설 예정인데요, 오늘은 잇따른 항공우주 빅 이벤트들과 항공우주청 설립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누리호 발사 성공 이어 이달 말 한국형 전투기 KF-21 첫 비행
지난 6월21일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하늘 문’을 여는 데 성공했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1t급 이상 실용위성을 자력으로 우주로 쏘아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고 달과 우주 탐사에 나설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어 지난 6일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계류장에서 KF-21 시제 1호기가 랜딩기어를 내린 채 지상에서 주행하는 지상 활주 장면을 연출했는데요, 지난해 4월 시제 1호기 출고식 이후 자체 추진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이날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입니다.
KF-21은 KF-16 이상의 성능을 갖는 중간급 전투기로, 4세대 전투기지만 일부 5세대 스텔스기 성능과 최신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갖고 있어 4.5세대 전투기로 불립니다. 오는 2026년까지 1단계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나라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항공우주 산업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부와 군이 주도가 돼 발전시킨 경우가 많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먹거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항공산업 규모는 7324억 달러였고 2030년쯤엔 9462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4470억 달러로 반도체 시장(4390억 달러) 규모를 이미 추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미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를 2018년 3500억 달러(420조원)에서 매년 5.3%씩 성장해 2040년엔 1조1000억 달러(13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세계 시장 비중 0.8~1%에 불과
이런 세계 항공우주산업 시장에서 우리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극히 미미한 수준인데요, 항공산업의 경우 1.02%로 세계 17위 수준이고 우주산업은 0.84%로 16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 국가들은 항공우주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 이상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0.3%에 불과한 수준이지요.
앞으로 국가안보에 있어서 우주분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텐데요, 제가 여러 차례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앞으로 모든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전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는 전쟁 초기 GPS 교란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을 마비시키려 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 공간에 띄워놓은 1만여기의 스타링크 위성들을 군사작전에 활용하면서 오히려 러시아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 군이 주도해온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대에서 민간(업체)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마침 지난해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에 따라 고체로켓 개발도 가능해져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기에 좋은 여건을 맞고 있습니다.
◇ 항공우주청 입지 등 소모적 논쟁 우려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인 항공산업 육성과 ‘뉴 스페이스’ 시대 진입을 위해선 뉴거버넌스의 역할이 중요하겠지요. 특히 국방우주 분야에서 ‘비닉(비밀)사업’이라는 이유로 유지되고 있는 독점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도 뉴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우주 정책은 아직까지 과기정통부,산자부,국토교통부, 국방부 등에 분산돼 있어 통합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수립·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항공우주청 설립을 약속했고 이를 국정과제에도 포함시켰는데요, 지난 3월 사천 유세에서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있는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설치해 이 지역이 항공우주의 요람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 5월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KAI를 방문에 항공우주청을 과기정통부 산하 조직으로 사천에 신설하겠다고 언급했지요.
그런데 일각에서 항공우주청 입지 문제와 항공·우주 분야의 분리 필요성 등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사천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있는 대전이 항공우주청 입지로 더 적합하고, 항공과 우주를 분리해 항공청과 우주청으로 설립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윤 대통령이 공약 변경 비판에 직면하기 쉽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상당 기간 지연돼 항공우주청 설립 추진 동력이 사실상 상실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의 항공우주청 설립 공약 추진 서둘러야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우리 국민과 청년들의 꿈과 희망이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항공우주청을 설립해 여러분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은 이런 윤대통령의 약속이 ‘공언’이 되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마련, 추진 TF(태스크포스) 구성 등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