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뉴스페이스’ ‘우주의 군사적 활용’이 화두인 만큼 지난주 항공우주청 설립 문제에 이어 금주는 우주발사체 발사비용 경쟁력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문제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국방과학연구소, 국산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첫 시험발사 성공
지난 1월 당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만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활용해 제작한 위성이 국산 발사체로 발사·실증될 수 있는 선순환 산업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며 우주분야 소부장 발전 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장은 “‘뉴스페이스 시대’에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가 국방 분야 우주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우주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함과 동시에 국내 산업발전을 견인해온 산업부의 역할이 긴밀하게 융합된다면 우주산업을 성공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핵심기술개발, 민군 기술협력 사업 등을 통해 국방과학연구소가 보유한 우주 발사체 관련 핵심 기술이 민간에 이전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해나가자”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개월여 뒤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3월30일에 있었던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번째 시험발사 성공이 그것입니다. 고체연료 추진 로켓은 비용이 액체보다 저렴하고 구조가 간단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언제든지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데요, 유사시 군 정찰위성 등은 신속한 발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군사적 용도 측면에서 고체로켓은 액체로켓보다 훨씬 유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수명이 짧은 초소형 및 소형 위성 탑재 및 발사에도 적합한 셈이지요.
◇ 스페이스X에 비해 20배 이상 비싼 누리호 발사비용
ADD 는 현무-2 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고체 추진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한미 미사일 지침 때문에 우주발사체용은 개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및 2021년 미사일지침 완전 해제에 따라 족쇄가 풀려 지난 3월에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발사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박종승 소장이 지난 1월 밝힌대로 군 당국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민간(업체)에 고체로켓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합니다. 이게 실현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이스X로 상징되는 민간 우주산업 육성,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기는 데 ADD 등 군(軍)이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최근 첫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는데요, 기대가 충족되려면 국제 우주발사체 시장에서 발사비용이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국제 시장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넘사벽’처럼 군림하고 있어 진입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2020년 기준 스페이스X의 팰컨9을 세 개 묶은 발사체 ‘팰컨헤비’의 ㎏당 발사비용은 1680달러로, 아직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누리호의 ㎏당 환산 발사비용(3만2595달러)의 20분의 1 수준이라고 합니다. 팰컨 9은 유럽의 강자 아리안5보다도 3배 이상 쌉니다.
우리 우주산업이 조금이라도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군 기술의 민간이전이 제대로 실현되고 발사체 발사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데요, 전문가와 업계에선 이를 위해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비닉사업(비밀사업)에 따른 독점 구조를 깨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군의 고체연료 로켓은 현무 2 계열 미사일이 대표적인데 비밀 무기이다 보니 비닉사업으로 분류돼 특정업체가 장기간 사실상 독점해왔습니다.
◇ 국방 우주 분야 특정업체 장기 독점에 따른 폐단과 부작용
이 독점 구조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군 당국이 뉴스페이스를 강조해온 상황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특정업체 외에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신기술 개발로 가격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다른 업체가 있는데도 온갖 규정을 내세워 진입을 막고 있다는 얘기도 나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비단 방산뿐 아니라 어느 업종이나 조직에 있어서도 장기 독점 체제는 반드시 폐단과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인데요. 방산 전문가인 김한경 박사는 “대체 업체가 없기 때문에 사소한 부품·소재·장비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공급에 차질을 빚는 등 리스크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부품·소재·장비 조달을 해외에 의존할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커지는데요, 지난해 벌어진 요소수 대란이 좋은 사례입니다.
또 이런 독점 구조 아래선 해당 업체가 부정당 업자 제재를 받더라도 그 기간 중에 제품 공급을 위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가처분 신청을 통해 입찰시기를 조정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당시 시험성적서 위조 건으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았던 업체가 수의계약을 한 적이 있었고, 최근 가처분 신청을 통해 입찰시기를 조정하는 사례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국산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와 누리호의 잇딴 발사 성공 등이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기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군 당국이 비닉사업 독점구조 타파 등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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